달 기지 상상도. 사진 NASA
달 기지 상상도. 사진 NASA

우주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고작 4명이 상주하는 달 궤도 우주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기 위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조차 타국과 민간 기업에 협력을 구했을 정도다. 반면 경제적 실익은 거의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가치로 1530억달러(약 1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인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는 달 표면에 성조기 하나를 꽂은 뒤 암석 한 줌을 채취해오는 데 그쳤다.

그동안 우주 개발의 경제적 가치는 인공위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우주라는 극한 환경을 개척하기 위해 개발한 첨단 기술이 실생활에 응용되는 스핀오프(spin-off·파생상품) 방식을 통해 창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이 먹을 식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조식품과 전자레인지가 파생됐고, 우주선 안의 대기를 청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에선 공기청정기가 유래됐다.

하지만 루나 게이트웨이 완공을 목표로 하는 2024년 이후 달 탐사가 본격화하면 우주 개발은 70여 년 만에 드디어 실질적인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여행에서부터 달 기지 건설, 소행성 광물채굴까지 이른바 ‘이머징 우주시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머징 우주시장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까지 뒤흔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각국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이머징 1│우주여행

“당신은 우주여행을 위해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2001년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를 시작으로 총 6명이 2000만~4000만달러를 내고 우주선에 탑승했다. 앞으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디까지 가는’ 우주여행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3억원에 불과한(?) ‘가성비’ 우주여행 상품을 내놨다. 캡슐형 유인 우주선인 뉴셰퍼드를 타고 약 100㎞ 고도까지 도달하는 코스다. 탑승자들은 5분 정도의 무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의 전경을 감상하며 자유낙하한다.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발사 및 회수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여행 총시간이 11분에 불과하고, 대기와 우주를 가르는 기준인 카르만선을 살짝 건드리고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진정한 우주여행이라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

지구 상공 400㎞ 궤도를 도는 ISS 여행도 재개될 전망이다. NASA는 2020년부터 1년에 2차례 ISS를 민간 상업 용도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왕복 우주선 티켓은 5800만달러로 예상된다. 1박당 숙박비는 3만5000달러로 최대 30일까지 머물 수 있다.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지구에서 평균 38만4400㎞ 떨어져 있는 달 여행 상품을 내놨다. 말만 앞섰던 이전의 달 여행 상품과는 달리, 달 착륙선 ‘빅팰컨로켓’은 실제로 개발 중인 상태다. 일본 부호 ‘마에자와 유사쿠’가 좌석 6개를 모두 구매했다.


이머징 2│달 개발

2024년 완공될 계획인 루나 게이트웨이를 통해 달 탐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50여 년 전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와는 달리 달 극지 표면에 얼음 상태의 물이 다량 존재한다는 사실이 2018년 밝혀지면서 각국은 실리적인 달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에서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져 체류 기간이 월등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은 식수와 작물 재배 용도로 쓰일 뿐만 아니라 수소 연료로 가공해 로켓 엔진으로 가공할 수도 있다. 달에서 생산한 수소 연료를 루나 게이트웨이에 정박한 우주선에 공급하면 지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보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화성을 포함한 심(深)우주 탐사도 수월해진다.

2019년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고, 독자적인 우주 정거장 ‘톈허 3호’를 건설할 계획인 중국이 노리는 것은 달에 풍부한 헬륨의 동위원소인 헬륨-3다. 원자력 발전에 버금가는 막대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융합 반응의 핵심 재료인 헬륨-3는 t당 가격이 5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달탐사 프로젝트를 이끄는 우양 지위안 수석 과학자는 “지구 전체에 매장된 헬륨-3는 겨우 15t에 불과하고 채굴도 어렵지만, 150만~500만t이 매장된 달은 표면에서도 헬륨-3를 채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머징 3│소행성 광물 채굴

2015년 7월 지구를 스쳐 간 소행성 ‘2011 UW158’에 6000조원 가치의 백금 1억t이 매장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바탕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행성은 백금 외에도 이리듐·팔라듐 등 희귀 원소가 가득한 자원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희귀 원소라도 로켓을 이용해 직접 채취하는 방식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로켓은 연료가 중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운반 성능은 극히 떨어지는 데다 거리가 멀어지면 발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앞서 언급한 ‘백금 소행성’도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도 30만㎞에 달한다.

그러나 루나 게이트웨이가 건설되면 이러한 소행성을 실질적인 자원으로 이용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NASA는 거대 로봇팔을 탑재한 탐사선을 이용해 소행성 조각을 달 궤도까지 가져오는 ‘소행성궤도변경임무(ARM)’를 2021년 12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필요할 때마다 채굴한 뒤 루나 게이트웨이를 이용해 적은 연료로 지구로 희귀 자원을 ‘배송’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우주 개발 기업인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DSI)’도 올해 안에 소형 탐사선을 발사해 ‘돈 되는 소행성’ 물색에 나선다. 유럽 최초로 소행성에서 채굴한 자원 소유권을 인정한 룩셈부르크는 국가 차원에서 소행성 채굴에 나섰다. 우주 개발 기업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에 2800만달러를 투자했다.


plus point

우주 시대 활짝 문 여는 굳센 밧줄 ‘테더(Tether)’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소련)’가 발사된 지 6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우주 탐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바로 로켓의 ‘극악한 가성비’ 때문이다. 지구 중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초당 11.2㎞의 속도로 내야 하는 로켓은 중량 대부분을 연료로 채워 정작 탑재중량(payload)은 얼마 되지 않는다. 1㎏의 화물을 우주로 보내는 데 2만달러꼴의 비용이 들다 보니 물자가 많이 필요한 ‘유인 탐사’는 맛보기 수준에 그쳤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이런 한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꿈의 기술이다. 지상에서 고도 3만6000㎞까지 거대한 케이블을 설치하고, 그 사이를 엘리베이터를 통해 오가면 1㎏당 운반 비용이 200달러까지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소재와 자원의 문제로 거의 사장된 제안이다.

그런데 약 20년 전인 2001년 미국 보잉사는 우주 운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방법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지구 궤도에 600㎞ 길이의 밧줄을 매단 인공위성, ‘테더’를 띄우자는 다소 황당한 제안이지만, 보잉사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케이블과 중량추로 구성된 테더는 지구의 자전 속도를 따라 뱅글뱅글 도는데, 지상에서 발사된 우주선이 테더의 케이블과 도킹(docking)하면 이 관성력을 이용해 공짜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로켓은 지구 상공 100㎞까지만 자력으로 상승하면 되고, 이후에는 테더를 통해 달이든 화성이든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주에서 귀환하는 로켓도 테더를 이용하면 쉽게 지상으로 착륙할 수 있다고 했다. 테더는 로켓에 관성력을 전달할 때마다 고도가 낮아져 결국 추락할 위험이 있는데, 발사 도킹과 귀환 도킹의 비율을 적절히 맞추면 일정한 고도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이 계획은 테더를 설치해야 할 만큼 심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실제로 진행되진 않았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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