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물 운송 업체‘UPS’는 대형 약국 체인인 CVS와 협업해 처방약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UPS
미국 화물 운송 업체‘UPS’는 대형 약국 체인인 CVS와 협업해 처방약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UPS

“코로나 바이러스가 과거의 드론 규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5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시티에서 처방 약을 배송하는 드론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셧다운(봉쇄) 조치가 시행된 미국에서 비대면 드론 배송이 주목받았고, 드론 배송 관련 규제를 완화할 분위기라는 것이다. ‘포브스’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드론 조종사 시야 안에서만 비행을 허용하는 등 미국 정부는 드론 배송을 규제하는 쪽에 가까웠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미국 정부는 드론 배송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전했다.

‘포브스’가 조명한 처방 약 드론 배송 서비스는 미국의 화물 운송 업체인 UPS의 드론 사업 자회사 ‘플라이트 포워드’와 미국 대형 약국 체인인 CVS의 협업 결과다. UPS는 미국 최초의 상업용 드론 배송 사업자다.  FAA는 2019년 10월 UPS에 드론을 상업용 배송에 활용할 수 있는 135항의 표준인증을 내줬다. 이로써 UPS는 드론으로 약 25㎏ 이상의 소화물을 장거리 배송할 수 있게 됐다. UPS가 운용 중인 배송용 드론은 1500대 이상으로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처방 약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해당 지역 배달원이 직접 의약품을 배송할 때 평균 15~30분이 걸리지만, 드론이 뜨자 수 분 내 배달이 가능해졌다.

드론 배송 분야에 뛰어든 미국 주요 기업은 UPS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초의 ‘상업용’ 드론 배송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UPS에 뺏기긴 했지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미국 기업 중 최초로 당국의 드론 배송 인증을 받았다. FAA는 2019년 4월 알파벳의 드론 자회사 ‘윙’에 드론 배송을 승인했다. 다만, UPS가 5개월 뒤에 받은 인증과 비교해 윙은 조종사 시야 밖의 운행과 야간 운행이 금지되는 등 제한적 드론 배송만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반사효과 덕에 구글 드론 배송 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윙은 미국·호주·핀란드 등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올해 2~4월 윙의 드론 배송 횟수가 500%나 늘었다. 배송 품목 중 커피, 빵, 우유, 달걀과 화장지 등이 인기였다.


‘윙’ 드론의 배송 모습. 사진 윙
‘윙’ 드론의 배송 모습. 사진
‘아마존’의 신형 배송 드론. 사진 아마존
‘아마존’의 신형 배송 드론. 사진 아마존
‘우버’의 음식 배송 드론. 사진 우버
‘우버’의 음식 배송 드론. 사진 우버

윙의 드론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할 물품을 선택한 뒤 앞마당이나 지붕, 주차장 등 배달 장소를 선택하면 된다. 주문을 받은 가게나 업체는 준비된 드론에 물건을 묶으면 드론이 자동으로 날아서 배달 장소를 찾아간다. 한 번에 최대 1.5㎏ 이내의 화물을 배송할 수 있고 최대 시속 120㎞로 10㎞ 범위에서 10분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 배달 장소에 도착한 드론은 줄로 물건을 내려보내고 고객이 이를 받는 방식이다.

일찍부터 드론 배송 분야에 뛰어든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은 다소 뒤처지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드론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한 인터뷰에서 “5년 안에 드론 배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마존의 드론 배송 시곗바늘은 느리게 움직였다. 아마존은 2019년 6월에도 육각형 모양의 화물 배송용 드론을 공개하면서 ‘몇 달 내 드론 배송 상용화’를 공언했지만, 아직도 아마존의 배송용 드론은 날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아마존 드론 사업부의 임원진 교체 등 조직 정비와 미국 당국의 인증 절차 문제 탓에 서비스 개시일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음식 배달용 드론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우버는 드론 택시 사업부인 ‘우버엘리베이트’와 음식 배달 사업부 ‘우버이츠’를 중심으로 올여름 드론으로 맥도널드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버의 드론 배달료는 서비스 초기 우버이츠 배달료와 동일하게 책정돼 최대 8.5달러(약 1만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드론이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하는 대신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안전한 착륙 지정 장소까지 음식을 배달한 뒤 주문자에게 최종적으로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은 지정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달원이 완료한다. 자동차나 자전거 등 지상으로만 배달할 경우 평균 21분이 걸린다. 하지만 드론의 도움으로 배달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plus point

구글·페이스북, 드론 인터넷 추진했다 ‘백기’

2014년 글로벌 대표 테크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맞붙었다. 전장은 태양광 드론 업체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전이었다. 당시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는 대기 및 기상 관측, 재난 대응, 통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태양광 기반 드론을 개발 중이었다. 인수전의 승자는 구글이었다. 구글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에 얼마를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액수보다 무조건 더 많이 주겠다”며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에 접근했고, 두 거대 테크 기업이 경쟁하면서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몸값이 6000만달러(약 673억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놓친 페이스북은 곧장 2000만달러(약 243억원)를 들여 또 다른 태양광 드론 업체 ‘어센타’를 손에 넣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태양광 드론 기업에 막대한 돈을 쏟은 이유는 태양광 드론을 이용해 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구글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 당시 “언젠가 실현될 드론을 이용한 공중 인터넷 서비스는 다수에게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고, 재난 구조와 환경 조사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구글은 2016년부터 멕시코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시험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2015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진행한 드론 시험 비행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드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애를 먹었다. 구글은 결국 2016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접었다. 페이스북도 태양광 드론을 이용한 인터넷망 구축 사업 ‘아퀼라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시험 비행에서 추락, 파손하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18년 사업을 종료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마저 포기 선언을 한 드론 인터넷망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주로 지상에서 인터넷망 구축이 어려운 낙후한 지역에서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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