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 있는 DJI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사진 블룸버그
중국 선전에 있는 DJI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사진 블룸버그
DJI의 ‘매빅 에어2’
DJI의 ‘매빅 에어2’

세계 최대 드론 전문 기업 ‘DJI’와 세계 최초 유인 드론 제조 기업 ‘이항(亿航)’을 보유한 중국은 전 세계 드론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드론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중국의 드론 산업은 후발 국가가 첨단 산업 시장을 석권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보다 10년 정도 늦은 2000년대 후반에 군용 드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군용 드론은 물론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도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중국의 드론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로켓과 같은 속도로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상업용 드론 비행 허가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드론 산업을 10대 중점 분야로 지정해 단계별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특히 농업과 임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농업 현대화 차원에서 드론이 촬영한 영상 이미지를 분석해 농작물 작황 상태를 파악하고 임업 분야에서는 병해충과 산불 감시 등에도 드론을 투입한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상업용 드론 시장은 매년 1.5배 이상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기준 중국 드론 제조 기업만 1353곳, 정식 등록 드론 대수는 33만34대에 달했다. 2018년 중국 드론 시장 규모는 2017년보다 46%나 증가한 201억위안(약 3조438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98.2% 증가한 112억위안(약 1조916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중국 드론 시장에서 상업용 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56%로 절반을 넘었다.

중국의 간판 드론 기업인 DJI는 2006년 창업 이후 10년 만에 세계 최대 드론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창업 초기 DJI 제품은 경쟁사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DJI는 기술 혁신을 거듭하면서 ‘드론 업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6개월마다 내놓는 신제품은 전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낸다.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DJI는 인력 중 4분의 1을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웠고 매년 매출의 약 7%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중국 선전과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중국 대표 드론 기업으로 이항이 있다. 이항은 DJI에 이은 중국 2위 드론 기업이다. 2014년 창업 이후 드론 시장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석권했다. 회사 설립 이후 한 달 만에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지능형 드론 ‘고스트’를 선보였고 2016년에는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 ‘이항 184’를 내놨다. 2019년 오스트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조종사 없는 드론 택시 ‘이항 216’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현재 세계 최대 물류 회사 DHL과 협력해 사람과 화물을 나르는 운송 체계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 기업에서 드론 전문 기업으로 변신한 ‘유닉(Yuneec)’은 2015년 인텔로부터 6000만달러(약 725억원)를 투자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유닉은 유·무인 드론 관련 수백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드론 원격 제어 시스템, 항공 촬영 시스템 등을 핵심 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2019년에는 독일의 카메라 명가 ‘라이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항공 촬영용 드론 ‘타이푼 H3’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 ‘이항 184’. 사진 이항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 ‘이항 184’. 사진 이항
유닉의 항공 촬영용 드론 ‘타이푼 H3’. 사진 유닉
유닉의 항공 촬영용 드론 ‘타이푼 H3’. 사진 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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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불화 탓에 불똥 튀어

하지만 세계 최대 드론 수요처인 미국과 중국의 불화는 중국 드론 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해 5월 DJI가 미국의 한 드론 제조업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DJI의 일부 항공 촬영 드론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수입 금지령이 의회 등을 거쳐 승인되면 DJI는 올해 7월 초까지 관련 제품을 미국에서 모두 철수해야 한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DJI 때리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DJI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제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미 의회에는 DJI 드론 사용 금지 관련 법안 20여 개가 발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은 2017년 보안을 이유로 DJI가 생산한 드론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안방 시장을 내준 미국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 드론 시장조사 업체 ‘드로니(DRONI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드론 시장의 76.8%를 DJI가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인텔(3.7%), 유닉(3.1%)이 뒤따른다. 전 세계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다. 드론은 향후 미래 공중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다. 미래의 하늘을 지배하기 위해서 드론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이에 미국이 DJI의 독주를 막고 자국의 드론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DJI 때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드론을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기관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약 80%가 DJI 제품이다. 미국의 우려가 현실이 되면 미국의 주요 기밀이 순식간에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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