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드론 전문 기업 ‘아쎄따’ 관계자가 6월 5일 고양종합운동장과 식사동 조계종 원각사 인근 도로에서 첫 드론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고양시
고양시의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드론 전문 기업 ‘아쎄따’ 관계자가 6월 5일 고양종합운동장과 식사동 조계종 원각사 인근 도로에서 첫 드론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고양시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한 중국 드론 기업 DJI의 본사가 있는 선전(深圳)은 드론 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DJI를 포함해 300여 개 드론 스타트업이 선전에 있으며 전 세계 민간용 드론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선전만큼은 엄격한 비행 관련 규제의 예외로 둬, 드론의 저고도 비행을 완전히 허용하는 등 전폭적인 드론 비행 관련 규제 완화와 자금 지원을 통해 지금의 선전을 키워냈다. 반면 한국은 전파법, 항공법, 통신법뿐 아니라 국방부의 별도 허가 지침 등 여러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부분 지역에서 드론 비행이 어렵다. 이렇듯 많은 규제로 한국 기업은 초기 드론 시장 선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도 제2의 선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주, 부산, 대전, 경기 고양 등 4곳이 다양한 지역 기업과 협력해, 드론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드론 실증도시 사업을 통해 선정된 도시의 드론 사업 관련 각종 규제 규정을 6월부터 12월까지 대폭 풀어준다. 또한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해 7억~10억원을 각 시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와 경기 화성 두 곳이었으나 올해 4월에 네 곳으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일반 지자체와 기업은 드론 비행 때마다 국토부에 일일이 검사와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드론 실증도시에서는 야간 비행과 도심 비행을 위해 한 번 허가받으면 사업 기간 중 정해진 일정 내에서 자유롭게 드론 비행을 할 수 있다. 원래 인구가 밀집한 도심 내 비행과 야간 비행은 항공안전법 저촉 대상으로, 국토부가 최대 30일간의 검토를 거쳐 승인해야만 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드론 실증도시의 경우 이보다 더 짧은 기간 내에 6개월간 유효한 승인을 해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던 ‘규제 샌드박스’를 도시 차원으로 확대해, 드론 기술이 국민의 실제 삶에서 활용 가능한지 시험해볼 기회와 자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드론 실증도시에 선정된 제주도는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 가며 기존 서비스를 확대·구체화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인공물이 적고 자연환경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관제권을 제외한 많은 구역에서 비행할 수 있어 다양한 드론 서비스를 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6월 9일 부산·양산시 금정산 일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 드론 실증도시 산불모니터링 드론이 찍은 산불 현장. 사진 피앤유드론
6월 9일 부산·양산시 금정산 일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 드론 실증도시 산불모니터링 드론이 찍은 산불 현장. 사진 피앤유드론
지난해 11월 8일 제주도 올레길을 정찰하기 위해 이륙하는 안심 서비스 드론. 사진 유시스
지난해 11월 8일 제주도 올레길을 정찰하기 위해 이륙하는 안심 서비스 드론. 사진 유시스
지난해 10월 8일 드론이 정찰한 제주도 올레길의 모습. 사진 유시스
지난해 10월 8일 드론이 정찰한 제주도 올레길의 모습. 사진 유시스

먼저 지난해 도심 외곽인 올레길에서 실시한 드론 기반 스마트 도시 안심 서비스를 제주에서 가장 인구 밀집도가 높은 유흥가인 연동 누웨마루 일대 2㎢에 적용했다. 늦은 밤 시민의 귀갓길을 드론이 동행할 예정이다. 또한 한라산 일대 10㎢와 광평교~금악오름 일대 6㎞를 장시간 비행할 수 있는 수소 드론을 활용해 등산로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 경기 고양, 대전은 올해 드론 실증도시로 처음 선정되면서 새로운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산, 물, 도심이 모두 모여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다양한 드론 실증을 시도할 계획이다. 부산 산불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 기장군의 주요 화재 원인인 불법 쓰레기 소각, 등산객의 실수로 인한 화재를 감시하기 위해 드론이 산 위를 비행하며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한 아파트 및 관광객 밀집 구역인 연제구와 동래구를 가로지르는 온천천(3.7㎞)의 수면을 드론이 비행하며 미세먼지, 대기 오염 물질을 측정해 대기 환경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도시 전체가 비행금지구역인 대전시는 공공기관이 많다는 특징을 이용해 공공기관  건물 사이 약 6㎞를 비행하며 2~3㎏의 공공우편을 배송하는 드론 사업을 실시한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베드타운 도시로 업무지구 경쟁력이 절실한 고양시는 도시 내 자생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드론 실증 및 산업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드론 연구·개발 공간인 ‘드론 밸리’를 올해 안에 화전동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plus point

美·中·日보다 4년 늦은 한국의 드론 규제 완화

한국도 최근 드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는 시작이 늦었다. 이 국가들은 2008년부터 발 빠르게 드론 관련 제도를 정비하며 드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풀었다. 한국 정부는 2012년부터 드론 산업 규제 정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늦게라도 규제를 완화해 온 덕에 현재 한국의 드론 규제 수준은 고도 제한(120~150m 이하)과 속도 제한(없거나 161㎞/h 이하) 측면에서는 해외와 유사하다. 또 야간 비행과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에서의 비행(비가시권 비행)과 밀집된 공간에서의 비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해외와 마찬가지다. 공항 관제탑을 중심으로 반경 9㎞ 내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된 것도 모두 같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드론 비행 자체에 대한 제약보다도 드론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 해외보다 법적인 규제가 강해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2016년부터 건설 현장에서 드론을 통한 3D 형태 구현 등을 ‘아이 컨스트럭션(I-Construction)’이라는 이름 아래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건설 현장 측량은 반드시 유인항공기로 해야 한다는 건설측량법 조항 때문에 기업들이 드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은 비교적 좁은 땅에 인구가 밀집한 분단국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도심과 휴전선 일대 등 드론 비행 제한 구역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는 “한국은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밀집된 도심이 많아 드론 비행에 규제가 더 많은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정부는 인구 밀도가 낮은 강원 영월, 경남 고성, 충북 보은에 드론 전용 시험 비행장을 조성하는 등 드론 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영토가 넓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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