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항공기. 사진 위키피디아
저가 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항공기. 사진 위키피디아

7월 중순 국내 최초의 종합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금융투자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1995년 설립해 2003년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1위에 올랐던 인터파크의 쇠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후발 주자들의 약진과 대비된다. 2014년 세워진 온라인 식품 전문몰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7월 9일 2254억원의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컬리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투자 유치 이후 1년여 만에 2.6배 오른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왔다. 2010년 설립된 쿠팡은 올 3월 뉴욕증시 상장 첫날 시가 시총이 1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작년 160조원대 시장으로 커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식료품이 주도했는데, 상품 직매입과 배송 인프라를 갖춘 후발 주자들이 승자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 분야 투자가 부족한 1세대 이커머스인 인터파크, 옥션, G마켓 등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주인이 바뀌는 처지로 내몰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지형도 변화는 전 산업에 걸쳐 진행 중이다.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빨리 이뤄진 지역의 내수형 업종 기업들이 선전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델타항공은 7월 14일 2분기에 6억5200만달러(약 7563억2000만원)의 순이익을 내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백신 접종률이 70%에 육박한 미국에서 보복 여행이 급증하고, 정부의 보조금 덕이 컸다. 하지만 결국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건 기업의 전략임을 인터파크의 쇠락이 보여준다. ‘이코노미조선’은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한 기업과 위기를 극복한 기업을 각각 키워드로 정리했다.


취약 체질 팬데믹에 타격

실패 이유 1 | 차별 전략 없는 출혈 경쟁

백신 접종과 함께 회복되던 국내 항공 업계 여객 수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및 주요 여행지인 개도국 백신 부족 등으로 정상화가 더뎌지고 있다. 지난 6월 항공 여객 수는 328만 명으로 전월 대비 2% 감소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여객 수가 월평균 전월 대비 약 20%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는 각각 300억~7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체질 개선 혹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단기적인 가격 경쟁에 매몰된 탓이다. LCC는 1만원대의 특가 항공권, 국내선 무제한 탑승권 등을 판매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항공 업계 내 단기간 항공 면허가 다수 발급되면서 나타난 항공사 간 과열 경쟁, 차별화 없는 상품 과다 판매로 취약해진 체질이 ‘팬데믹 펀치’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화물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대한항공만이 올해 2분기1061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파산신청을 한 미국 백화점 JC페니.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파산신청을 한 미국 백화점 JC페니. 사진 블룸버그

실패 이유 2 | 리더십 부재

위기 상황에서 명확한 리더십이 부재한 사례도 있다. 118년 역사의 미국 중저가 백화점 체인인 JC페니는 지난해 5월 8일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한때 미국 전역에 2000여 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850개 매장을 폐쇄했다. JC페니는 파산보호 신청 이후 지난해 11월 유통 기업 ABG에 인수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JC페니의 실패 배경에는 잦은 리더 교체로 인한 브랜드 정체성 혼란과 경영 철학의 부재가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전부터도 5개월간 최고경영자(CEO)의 공석으로 리더십 부재 탓에 오프라인 채널에 의존하는 사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파산보호 신청 당시 JC페니의 CEO였던 질 솔타우는 불과 2018년 10월에 CEO직을 맡았을 뿐”이라며 “솔타우는 CEO가 돼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행동이 아닌 관찰을 하며 보냈다”고 지적했다. 신뢰할 수 있는 경영진의 부재로 인해 JC페니가 월마트나 타깃 등 대규모 마트, 아마존 등 온라인 업체와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경영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트렌드 분석 업체인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의 닐 샌더스 애널리스트는 “JC페니는 자신의 기업이 무엇인지, 이 기업이 무엇을 나타내야 하는지, 어떤 고객층을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위기 속 기회 잡은 기업들

성공 이유 1 | 온·오프 융합 역발상

역발상 전략이 먹힌 사례가 적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이 고전하는 상황에 오프라인 매장 확대 기조를 이어 가며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서울 이대점(1호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1년이 된 작년 2000호점을 열었다. 매장이 2018년 1262개, 2019년 1378개에서 코로나19 위기였던 지난해 확 늘어난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 1분기 매출이 5227억원, 영업이익이 45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0%, 72.6%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 매출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5191억원)에 달성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3.1% 늘어난 1조9284억원에 달했다. 업계 2, 3위인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를 합쳐도 스타벅스의 3분의 1이 안 되는 독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불황에도 매장을 늘리는 역발상 전략과 함께 일부 매장 배달 서비스 시범 운영, 드라이브스루(DT) 매장 확대 등 비대면 전략을 동시에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전했다.

밀키트 전문점 영영상점을 운영하는 영영키친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을 위한 시식코너로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본사 건물. 사진 교촌에프앤비
교촌에프앤비 본사 건물. 사진 교촌에프앤비

성공 이유 2 | 달라진 소비자 수요에 대응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줄자 배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제너시스비비큐는 가성비에 집중한 초소형 매장 전략을 펼치며 배달 전용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너시스비비큐는 자체 앱을 통한 매출이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교촌에프앤비는 황금시간대 주문을 모두 소화할 능력을 키워 배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매장 규모 확대 전략을 선택했다. 치킨 상품의 특성상 저녁 시간대에 하루 매출의 80~90%가 몰리는데 현재의 소규모 매장 중심 사업 구조로는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배달 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교촌에프앤비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어난 1272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7% 늘어난 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소연·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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