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규 가톨릭대 심리학과, 고려대 심리학 박사,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
고선규
가톨릭대 심리학과, 고려대 심리학 박사,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사별자를 대상으로 애도 상담을 하는 임상심리학자입니다. 소중한 이를 잃고 고통 속에 빠진 사별자는 첫 상담에서 대개 ‘이 고통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고통이 끝나긴 할지’에 대해 재촉하듯 묻습니다. 저는 “언젠간 끝나겠지만,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빨리는 아닐 겁니다”라고 답합니다.

사별은 상실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생소한 감정을 경험하고 계실 겁니다. 회의 중 갑자기 눈물이 터질 수도 있고, 감정이 마취된 것처럼 아예 슬픔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다른 사별자도 흔히 하는 경험입니다.

이러한 흔들림은 고인이 없는 시간에 적응하며 차차 나아질 겁니다. 만 1년, 첫 기일이 올 때쯤이면 어느 정도 삶의 균형을 회복하게 될 겁니다. 당신이 마땅한 슬픔을 마주하도록 앞으로 어떤 일을 경험할 수 있는지 안내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 1주

갑작스러운 사별은 당신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탈진시킵니다. 특히 첫 일주일간은 기절할 것 같거나 무언가에 압도된 것처럼 멍해질 수 있습니다. 누전 시 전기차단기가 내려가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 시스템은 용량을 넘는 충격에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감정을 차단합니다. 이 시기에는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이도 많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가까이 두십시오. 사별 이후 1~2주간은 혼자 있어선 안 됩니다. 당신의 이상 행동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좋겠습니다.


첫 3개월

직장으로 복귀하기 전 당신의 상태를 점검해보십시오. 직장에서 제공하는 경조 휴가는 절대 충분한 시간이 아닙니다. 하는 일에 예전만큼 집중하지 못할 테고, 업무 도중 무척 감정적인 상태에 빠지기도 할 겁니다. 당신은 이상해진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다만 직장 동료·상사는 어떻게 당신을 대하고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은 오직 당신만 알고 있으니, 불편함을 견디기보다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애도는 우리 모두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사람은 매우 활동적이고 바쁘게 행동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무기력해지거나 혼수상태에 빠진 것처럼 지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그저 당신의 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십시오.


첫 1년과 그 이후

달력이 한 바퀴 돌아 고인이 떠난 그날이 다시 올 때까지 내내 힘드실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 첫 벚꽃을 보고, 그 사람의 생일을 맞이해 보고, 명절도 지내 봐야 합니다. 고인이 없는 첫 1년의 세월은 순간순간 새롭게 슬프고, 생소하게 아플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극심해서 가능한 한 빨리 극복하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입니다. 도망치면 사별의 슬픔은 아무런 경고 없이 일상으로 침투하고, 당신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게 됩니다. 애도는 치열한 노동입니다. 무엇을 잃었고 무엇이 그리운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애도해야 합니다.

두 번째 해에는 그 사람이 없어도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더는 아닌 척하거나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여전히 첫해에 느꼈던 상실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은 아닙니다. 세 번째 해에 접어들면 점차 고인을 생각하며 울거나 슬픔을 느끼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기나긴 마음의 삼년상이 끝나가고, 당신의 삶에 다시 집중할 시기가 어느새 다가온 것입니다.

고선규 마인드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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