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배 서강대 경제학과, 미국 노던콜로라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세인트리오대 스포츠 비즈니스학과 교수, 곤자가대 스포츠 경영대학원 교수,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이사 /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가 7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레포츠 관련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박성배
서강대 경제학과, 미국 노던콜로라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세인트리오대 스포츠 비즈니스학과 교수, 곤자가대 스포츠 경영대학원 교수,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이사 /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가 7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레포츠 관련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전 정복의 날이 오면 지금의 레포츠 열기는 한풀 꺾일까. 잘은 몰라도 늘어난 선택지에 행복해진 이들이 국내 골프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고, 청계산 대신 노래방에 가는 순간은 분명 올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레포츠 인구가 증가해왔다는 점에서 레포츠 산업의 성장 흐름 자체는 코로나19 사태와 별개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기획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달군 레포츠 특수를 쭉 이어 가려면 레포츠 관련 정책은 앞으로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지녀야 할까.”

이 물음의 해답을 얻기 위해 ‘이코노미조선’은 7월 16일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박 교수는 공공과 민간 영역의 레포츠 프로그램·시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앞장서서 뭔가를 하려 하지 말고 많은 국민이 원하고 자주 즐기는 레포츠 분야를 조용히 뒤에서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한 여성 골퍼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한 여성 골퍼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전준범 기자

레포츠 활동으로 코로나19 정국을 이겨내려는 사람이 많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다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격리 노력이 3개월 정도 지속된 뒤부터 외부로 나가려는 니즈(욕구)가 강해졌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편익에 가장 부합하는 야외 활동을 찾다 보니 골프·등산·캠핑·자전거 등의 레포츠로 수요가 몰린 게 아닌가 싶다. 확산 속도에 비해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안도감도 레포츠 열기를 부추겼을 수 있다. 어쨌든 레포츠 산업의 부가가치는 정말 크고, 팬데믹 상황은 그 부가가치를 좀 더 키울 기회를 줬다.”

정부가 국내 레포츠 산업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대형 스포츠 행사에 쓰는 예산을 국민 참여 레포츠 분야로 돌릴 필요가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 너무 치중했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과 각종 부대 시설을 마구 짓는데, 이것들이 나중에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올림픽을 유치한 지자체와 정치인은 업적으로 내세우기 좋겠지만 이벤트가 끝난 후 해당 지역 주민이 누리는 경제적 이득은 거의 없다. 이미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무모하고 즉흥적인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건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정부도 국민 건강 증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체육 정책을 더 부지런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정책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
“한 국가의 스포츠 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하려면 공공과 민간 영역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스포츠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 정부 주도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스포츠 바우처나 공공 스포츠 시설 이용 지원책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런 정책이 공공 영역에만 집중되다 보니 민간 스포츠 영역이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나라에서 관리하는 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이어도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 주는 곳이라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줘서 이용료 인하를 유도해볼 수 있다. 그러면 저소득층도 민간 영역의 고급 스포츠 시설을 이용할 기회가 생긴다. 미국에 15년간 살면서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간 스포츠 클럽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스포츠 클럽 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사업자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식이었다. 우리도 국가가 모든 걸 직접 하려 하지 말고, 민간 스포츠 업계의 기여도를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짰으면 한다.”

요즘 많은 이가 찾는 골프의 경우, 하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낸다는 사람이 많더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정부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정부가 시도를 안 한 건 아니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에 일반 세율을 적용해 멤버십(회원제)보다 4만원가량 세제 혜택을 줬다. 문제는 최근 여러 골프장이 세제 혜택을 받은 만큼 그린피를 낮추지 않거나 오히려 인상해 정부의 골프 대중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레포츠 산업을 국민 곁으로 가져와 크게 키우려면 정부뿐 아니라 사업자도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제안할 게 있다면.
“많은 국민이 원하고 또 자주 즐기는 레포츠 분야를 지원해주는 식으로 가야 한다. 예컨대 골프 치고 파도 타는 사람이 많다면, 정부는 그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주는 게 좋다. 사람들이 원하는 레포츠를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저변을 넓히도록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보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말이다. 그간 정부 정책은 특정 종목의 엘리트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이었다는 얘기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국가가 국가대표를 키워 메달리스트를 만들고 올림픽 순위를 끌어올려 국제 사회에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게 중요했다. 전형적인 냉전 체제 스타일 정책이다. 지금은 스포츠로 국가 존재감이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시대가 아니다. 정부는 그냥 귀를 기울이면 된다. 지자체가 예산을 써서 레포츠 행사를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들여다보면 그 상당수가 높은 분들 와서 축사 읽고 사진 찍는 정치적 이벤트다. 아까운 혈세를 그런 곳에 쓰지 말고 지역 주민이 등산 대회 열면 운영비 일부 지원해주고 낚시 대회 개최하면 필요한 것 챙겨주는 방식으로 도우면 된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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