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책 ‘포노 사피엔스’를 쓴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지금 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이 들어있다면 당신은 이미 포노 사피엔스”라고 했다. 그러나 한창 살다가 스마트폰을 만난 사람과 태어나 보니 사방에 널린 게 스마트폰인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포노 사피엔스는 2010년 전후에 태어나 인생의 시작을 스마트폰과 함께한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일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어린 포노 사피엔스를 공략 중인 두 회사를 만났다.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서울대 미학 학사, 전 넥슨 사업개발 팀장 / 사진 이소연 기자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서울대 미학 학사, 전 넥슨 사업개발 팀장 / 사진 이소연 기자

스마트스터디│아동 취향 적극 반영해 모바일 최적화

아동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2015년 내놓은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 영상은 올해 11월 2일 유튜브에서 70억37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영상’에 등극했다. 두 어린이가  동요에 맞춰 춤을 추는 이 영상의 인기에 힘입어 스마트스터디는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코노미조선’은 10월 30일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을 서울 삼성동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부사장은 “아기상어와 핑크퐁의 성공은 회사가 창립 초기부터 스마트폰 영상을 즐겨 보는 ‘포노 사피엔스’ 아동을 타깃으로 삼고, 철저히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든 덕분이다”라고 했다.

스마트스터디는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을 알린 애플 아이폰3GS가 한국에 처음 출시(2009년)된 이듬해인 2010년 설립됐다. 아이폰과 출발을 함께한 만큼 스마트스터디는 태생부터 모바일 기반의 회사를 지향했다. 마스코트 이름을 ‘핑크(pink)’에 ‘폭스(fox)’와 ‘폰(phone)’을 합친 발음 ‘퐁’을 붙여 ‘핑크퐁’이라고 지은 사실만 봐도 이 기업의 목표는 명확하다.

2010년은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태동기에 불과하던 시기다. 당연히 아동용 콘텐츠 회사 대부분은 출판물과 PC, TV를 주로 공략했다. 반면 스마트스터디는 모회사인 삼성출판사의 콘텐츠를 활용해 아동용 모바일 앱부터 만들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을 간파한 것이다.

이 부사장은 “경쟁사들이 커다란 화면에서 재생되는 걸 염두에 두고 영상을 만들 때 우리는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어린이의 시각·청각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아동이 ‘핫 핑크’와 ‘민트색’을 가장 강렬한 색상으로 인지한다는 점을 알아내 해당 색상을 캐릭터에 입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스마트스터디는 캐릭터와 율동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기존 TV 화면에서보다 훨씬 크게 만들었다. 역시나 스마트폰 화면 표출을 고려한 조치다. 이 부사장은 “모두 당시 업계에서 전례가 없던 파격적인 시도였다”라고 했다.

콘텐츠와 캐릭터 기획 역시 포노 사피엔스의 취향과 피드백을 반영했다. 네이버, 구글 트렌드 검색을 통해 아동의 수요를 파악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반영했다. 특히 유튜브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지역별 콘텐츠 수요를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스터디 콘텐츠 기획팀은 직원 자녀는 물론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생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미리 테스트하고 반응을 살폈다. 어른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닌, 아동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물이 아기상어 캐릭터다.

이 부사장은 “기존 아동 콘텐츠 시장은 아동보다는 부모를 주 소비자로 인식한 결과, 착한 캐릭터에 단조롭고 느린 음악과 스토리 라인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그러나 실제 소비층은 오히려 무섭고, 웅장하고, 빠른 콘텐츠를 원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전준범 기자
사진 전준범 기자

SKT│잼폰으로 포노 사피엔스 예행연습

스마트스터디가 어린 포노 사피엔스의 취향을 파악해 시장 경쟁력을 쌓은 업체라면, 통신 기업 SK텔레콤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이 회사가 올해 2월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 ‘잼(ZEM)폰’을 내놓은 이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건강한 포노 사피엔스를 만들기 위한 예행연습’ 정도가 될 것이다.

잼폰은 어른처럼 스마트폰을 쓰고 싶은 어린이의 욕구와 사용 중독 등의 부작용을 원치 않는 부모의 우려를 동시에 해결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태생부터 포노 사피엔스인 세대와 그들을 양육하는 기성세대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어요.” 11월 12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만난 이루리 SK텔레콤 스마트디바이스그룹 매니저는 잼폰 기획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매니저 손에 들린 잼폰 외형이 애플 아이폰의 초창기 모델과 유사했다. 먼저 출시된 키즈폰 상당수가 손목에 차는 시계 형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잼폰은 일반적인 스마트폰 제품처럼 보였다.

이 매니저는 “요즘 어린 포노 사피엔스 사이에서 스마트폰 소유 여부는 꽤 중요한 이슈인데, 그들은 ‘엄마·아빠가 쓰는 모양의 스마트폰’을 원한다”라며 “워치형을 사주면 그냥 서랍에 넣어두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잼폰 무게는 84g으로 일반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이다. 또 SK텔레콤은 수심 1m에서 30분 동안 버틸 수 있는 방수·방진 등급(IP67)을 잼폰에 적용하고, 액정의 내구성도 강화했다. 힘이 약하고 물건을 잘 떨어뜨리는 어린이 특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사진 촬영을 즐기는 세대 분위기에 맞춰 130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도 장착했다.

외형은 철저히 아이들의 니즈를 따랐지만, 기능에 관한 초점은 부모의 걱정에 맞췄다. 부모가 잼폰 소유자인 자녀의 위치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기능, 잼폰 전원이 꺼지거나 켜질 때 상태·위치 알림이 부모에게 전달되는 기능, 자녀가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보내는 긴급 구조 요청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모르는 번호 수신 차단 기능도 넣었다.

잼폰에서는 웹 서핑이 불가능하고, 앱 장터가 탑재돼 있지 않아 외부 앱을 설치할 수 없다. 사실상 스마트폰처럼 생긴 피처폰에 가깝다. 이에 대해 이 매니저는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인 건 잘 알지만, 자연을 관찰하고 부모·친구와 교감하는 폰 화면 밖의 세상이 꼭 필요한 시절이 있는 법”이라며 “잼폰은 건강하고 지혜로운 포노 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연습 단계의 필수품”이라고 했다.

물론 한정된 기능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당근도 있다. 낯선 자의 초대와 비속어 사용 등을 차단하는 잼폰 전용 카카오톡은 잼폰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앱이라고 이 매니저는 전했다. 정보 검색 방법도 있다. 잼폰에 탑재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누구(NUGU)’나 ‘네이버 사전’ 검색 등을 통하면 된다. 윤선생 초통령, 네이버 파파고 등의 영어 교육 콘텐츠도 담겼다.

이 매니저는 “잼폰 판매량은 교육열 뜨겁기로 유명한 지역일수록 많다”며 “학부모와 아동 모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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