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신의 탑’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 웹툰 ‘신의 탑’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네이버

국산 게임과 웹툰은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는 산업 분야다. 신(新)한류 열기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이 업계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자 빠른 체질 개선으로 스마트폰 환경에 어울리는 서비스 체계를 마련했다. 신속한 모바일 대응은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을 때도 진가를 드러냈다. 비대면 강화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기 때문이다.

웹툰은 글로벌 포노 사피엔스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K컬처다. 국산 웹툰의 약진은 오직 스마트폰을 위한 만화 플랫폼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만든 한국 기업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플랫폼의 글로벌 거래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 웹툰의 수출액은 전년보다 13.6% 증가한 4598만달러(약 507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게임·음악·캐릭터 등 국내 콘텐츠 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한국 웹툰의 세계화는 네이버 웹툰이 2013년 일본에 ‘라인망가’를 내놓고 다음 해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카카오가 2016년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을 통해 웹툰 애플리케이션(앱) ‘픽코마’를 출시했다. 픽코마는 올해 9월 전 세계 모든 만화·소설 앱을 통틀어 월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모바일 플랫폼이 수출되면 한국 고유의 웹툰 콘텐츠도 덩달아 인기를 얻는다. 웹툰 업체가 현지 작가와 한국 작가의 작품을 플랫폼에 함께 올리기 때문이다. 웹툰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접하는 해외 소비자가 관련 영화·드라마 등의 한국 지식재산권(IP)에 열광하는 것이다.  

예컨대 네이버 웹툰은 국내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아마추어 웹툰 작가의 데뷔 공간인 ‘베스트도전’을 북미에서 ‘캔버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 여기서 현지 신진 작가를 육성해 해당 국가에 알맞은 작품을 발굴한다. 동시에 네이버는 한국에서 이미 검증받은 작가의 유명 작품도 번역해 소개한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오리지널 웹툰 ‘신의탑’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45억 회를 돌파했다.

글로벌 포노 사피엔스의 높은 관심은 한국 웹툰을 수출하는 플랫폼까지 주목받게 했다. ‘태피툰’은 100% 한국 오리지널 웹툰만 해외에 제공하는 업체다. 국내에서는 아예 서비스하지 않는다. 태피툰은 한국 웹툰 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한국 웹툰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해 해외 독자에게 서비스한다. 태피툰은 독일, 호주, 마카오 등의 국가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치고 구글플레이 스토어 만화 앱 1위를 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태피툰의 특징은 ‘현지화’를 내세워 한국 원작의 이름, 지명, 문화 습관 등을 일부 각색하는 여러 웹툰 플랫폼과는 달리 원작 내 한국의 색채를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다. 방선영 태피툰 대표는 “해외에는 포노 사피엔스 독자가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현지 만화가 한정적이다”라며 “이 때문에 젊은 만화 애호가들이 웹툰으로 한국 콘텐츠를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방 대표는 “웹툰을 계기로 한국 문화에 빠져든 독자를 고려해, 여타 플랫폼처럼 비빔밥을 ‘라이스(rice)’, 주인공 민수를 ‘제임스(James)’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Bibimbob’ ‘Minsu’라고 적는다”라고 했다.

스마트폰의 세로형 스크린에서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스크롤을 내리며 볼 수 있는 요일제 웹툰을 처음 선보인 것도 한국이다. 세계 최대 만화 시장 일본과 미국 모두 종이 만화책을 스캔해 디지털화한 후 전자책으로 모바일에 올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한국이 가로로 읽던 종이 만화를 페이지 구분 없이 한눈에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덕분에,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하는 세계 만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연’,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리니지2M’. 사진 넥슨·엔씨소프트
왼쪽부터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연’,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리니지2M’. 사진 넥슨·엔씨소프트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내년 92조

게임 산업의 중심축은 이미 모바일로 넘어갔다. K게임은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마니아들을 공략하며 폭풍 성장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 빅3 중 한 곳인 넥슨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넥슨의 3분기 매출액은 8873억원, 영업이익은 3085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13% 늘었다. 올해 하반기 넥슨의 기대작으로 꼽혀온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출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룬 성과다. 넥슨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조5219억원을 기록했다. 연 매출 3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넥슨의 호실적을 이끈 일등 공신은 모바일 게임이다. 이 회사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급등하며 분기 사상 최대인 36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전체 매출액의 42%에 해당한다. ‘바람의 나라: 연’ ‘V4’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포노 사피엔스를 겨냥해 내놓은 모바일 게임마다 흥행에 성공한 게 큰 힘이 됐다.

과거 넥슨은 PC 비중이 높은 회사였으나 지난해 V4 출시를 기점으로 모바일 비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7월 선보인 ‘바람의 나라: 연’은 1996년 출시된 넥슨의 첫 번째 PC 게임을 포노 사피엔스 시대 버전으로 모바일화한 것이다. 24년 만에 작은 기기에 담겨 돌아온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2위의 쾌거를 이뤄냈다.

단순히 모바일 게임 비중만 늘린 게 아니다. 넥슨은 ‘세로 서비스’ 강화 추세에 맞춰 ‘바람의 나라:연’의 세로 모드도 지원한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 내 소통을 위해서는 세로 모드가 적당하다”고 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5852억원의 매출액과 21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69% 늘어났다. 넥슨에 ‘바람의 나라’가 있다면, 엔씨소프트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리니지’가 있다. 3896억원으로 집계된 3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에서 ‘리니지M’은 2452억원, ‘리니지2M’은 1445억원을 각각 책임졌다. 올해 엔씨소프트는 설립 후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검은사막’ ‘그랜드 체이스’ ‘메이플스토리’ 등의 유명 PC 게임이 모바일로 옷을 갈아입어 게임 유저들을 즐겁게 했다. PC 게임 세계의 대장으로 꼽히는 ‘리그오브레전드(롤)’도 시장 흐름에 따라 모바일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유명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오면 옛 유저들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어린 포노 사피엔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게임 시장 조사기관 뉴주는 올해 767억달러(약 85조원)인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2021년 854억달러(약 94조원)로 11%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태티스타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가 올해 14억8100만 명에서 내년에는 15억8000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준범·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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