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는 10월 1일 상장을 철회했다. 앞서 회사는 수익성 문제와 거품 논란에 상장 시기를 연내로 미뤘지만, 애덤 노이만 창업자의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며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사진 블룸버그
위워크는 10월 1일 상장을 철회했다. 앞서 회사는 수익성 문제와 거품 논란에 상장 시기를 연내로 미뤘지만, 애덤 노이만 창업자의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며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사진 블룸버그

8월 14일 오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홈페이지에 위워크의 S-1 서류가 공개됐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이 자사 주식을 등록할 때 제출하는 서류다. 바이트댄스(750억달러), 디디추싱(560억달러), 쥴랩스(500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기업가치가 높은 유니콘(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으로 꼽히는 위워크가 기업공개 시장에 당당하게 출사표를 낸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6주 후인 지금 상황은 급반전했다. 서류 제출을 계기로 혁신이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회사 내부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매출보다 많은 19억달러(약 2조27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공동 창업자는 회사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이름 사용료를 받고 지분을 나 홀로 매각하는 등 방만 경영을 한 행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업가치는 100억~150억달러로 쪼그라들었고, 공동 창업자 애덤 노이만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회사는 9월 30일(현지시각)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 파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기술·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상징 ‘스타 유니콘’ 기업들의 몸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위워크뿐만이 아니다. 노이만 창업자가 사퇴한 다음 날 쥴랩스의 케빈 번스 CEO도 사임했다. 쥴랩스는 ‘담배 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액상형 가향 전자담배 쥴을 생산한다. 사람들은 냄새 없이 단맛과 과일향이 나는 편리한 전자담배 ‘쥴’에 열광했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청소년 흡연·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현재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니콘 출신으로 증시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최대 규모 자금을 모으며 증시에 상장한 우버는 10월 2일 기준 2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 45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도 주당 39달러로 공모가(78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버, 리프트, 슬랙 등 올해 증시에 상장한 14개 테크 종목 중 11개 종목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WSJ는 “이들은 상장 초반 주가가 급등했다가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니콘이 ‘언더콘’으로 전락하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기대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우버는 2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한 3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손실은 52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리프트의 손실 폭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위워크도 지난해 거둔 매출의 88%가 임대료로 나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익성은 물론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일부 창업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타트업의 상징인 자유로운 기업 문화보다는 방종·기행에 가까웠던 것이다. 실제로 애덤 노이만 창업자는 회사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490만달러에 달하는 ‘위(We)’ 사용권을 회사로부터 받고, 개인 제트기, 최고급 승용차 등을 끌고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차등의결권을 바탕으로 상장 후 1주당 20표를 행사하기로 한 것도 드러났다. 2017년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내 성희롱과 성공 지상주의 사내 문화 논란에 휩싸여 사임한 것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한 투자자들의 학습 효과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라노스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소량의 혈액으로 260가지 질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언론과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앞다퉈 테라노스의 혁신을 추켜세웠다. 회사 기업가치는 수십억달러로 치솟았고, 수억달러 투자금도 쇄도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테라노스와 홈스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투자자들은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창업자와 실리콘밸리라는 이미지만으로도 기업가치가 수십억달러로 치솟았던 사례를 기억한다”면서 “테라노스가 대규모 사기극으로 결론 난 것, 우버가 생각만큼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교훈이 됐다”고 분석했다.


위워크 교훈으로 다시 주목받는 금언 셋

움츠러든 실리콘밸리 내·외부에서는 ‘수익성을 갖춘 기업이 성장한다’는 금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미 증시 상장 대어로 주목받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2분기 매출 1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성 부문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에어비앤비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줌도 있다. 작년 순이익 758만달러를 낸 후 올 초 상장했는데, 흑자 상장한 이례적인 유니콘으로 평가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우버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 넘게 빠진 것과 비교해 줌의 주가는 공모가의 두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에 시사점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가치에만 주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업가치는 투자자가 회사 주식을 매입할 때 쓴 돈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예컨대 새로운 투자자가 A라는 기업의 지분 10%를 500만달러에 산다면, 기업가치는 비율에 따라 5000만달러가 된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위워크는 기업가치 평가가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일깨워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서류상 숫자에 불과한 데다, 숫자 자체도 한 투자자와 창업자 간에 마지막으로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갖췄는지도 중요하다. 위워크는 사무실을 공유한다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공유 경제의 한 축을 이끄는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빌린 공간을 사무실로 꾸며 재임대하는 위워크의 핵심 사업 모델은 경쟁사들에 금세 따라잡혔다. 실제로 위워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0%에 못 미친다. ‘뉴욕매거진’은 “경쟁사가 완전히 복제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업 모델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기업가치를 독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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