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연세대 경제학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미국 휴스턴대 교수, 통계청장,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이인실
연세대 경제학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미국 휴스턴대 교수, 통계청장,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11월 10일이면 절반인 2년 6개월의 반환점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경제 발전을 기치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또 국가 재정(예산)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를 지원하고 실업급여(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실직했을 때 지급하는 돈) 금액과 지급 기한을 늘리는 등의 정책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펼친 적극적인 경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GDP)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0월 16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가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코노미조선’은 국내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의 이인실(63) 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을 만나 지난 2년 6개월간의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물었다.

1952년 설립된 한국경제학회는 경제학과 교수와 연구자 등 5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 경제학회다. 인터뷰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이 학회장은 “경제학자들은 경제 위기를 조장하지 않고 조장할 생각도 없다. 다만 한국 경제의 모든 지표가 심상치 않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위기를 걱정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13일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이) 위기를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데,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 학회장은 “정부는 말로만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고 하지 말고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복지 지원을 많이 늘리고 있다. 10월부터는 실업급여도 확대했는데.
(정부는 10월 1일부터 실직 후 최장 240일간 지급하던 실업급여를 270일간 지급하도록 하고, 실업급여액도 직전 3개월 동안 지급된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정부 예산으로 복지를 늘리는 것은 결국 세대 갈등을 가져올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나 바로 다음 세대는 이런 정책의 혜택을 다 얻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국가 재정을 낭비하면 그 부담은 지금 젊은 세대가 져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젊은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복지 정책을 펴도 그들은 먹고살기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점이다. 취직도 안 되고 당장 살기 바빠 정부에 항의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정책의 위험성을 대신 이야기해 줘야 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한국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외국에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11.1%(OECD 기준)였다. OECD 평균(20.1%)보다 낮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급격히 인구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 인구는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늘고, 출산율은 크게 줄고 있다. 복지 지출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인구구조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만 해도 2060년이 되면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67%까지 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복지 지출은 한 번 늘면 다시 줄이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줬던 것을 뺏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특성을 다 고려하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거나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다.”

노인 빈곤, 빈부의 양극화도 심하다. 약자들을 지원하지 말라는 말인가.
“지원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지원하더라도 정말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하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이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기에 지원이 필요한 분이 많다. 문제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이다. 학교 무상 급식,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이용, 노인을 지하철 안내도우미로 채용하는 것 등의 정책은 잘 검토해봐야 한다. 계층별, 연령별, 지역별로 팩트에 근거해서 어떤 곳에 어떻게 돈을 써야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라는 말이다.”

일반 복지뿐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예산을 쓰기도 한다. 이것도 문제인가.
“일자리 지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자리를 만드느냐가 문제다. 예를 들어 국가 예산으로 노인의 임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경제 전체를 비효율적이게 하는 일이다. 정말 예산을 써서 일자리를 지원하려면 청년들에게 지원해야 한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노동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이 때문에 재산을 모아서 소비와 투자를 하는 것도 늦어지고 있다.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꾼다. 경제 전체의 사이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가의 예산을 써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첫 번째 지원 대상은 청년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중장년층을 지원해야 하고, 노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해야 하는데 지금은 우선순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노인들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청년층이나 중장년층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고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이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데.
“경제학자들은 위기를 조장하지 않고, 또 조장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아니다. 왜 위기가 아닌데 위기라고 이야기하나. 지금 모든 경제 지표가 심상치 않은 쪽으로 가고 있기에 위기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학 기술 발전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1998년 15.3%→2018년 38.2%)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쟁 시기도 아닌데,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다. 가계 부채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부채는 아직 높은 편은 아니지만 부실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현 상황을 위기라고 본다는 말인가.
“회색 코뿔소의 위기라고 말하고 싶다. 회색 코뿔소는 아프리카에 사는데 평소에는 순하고 그냥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돌변해 사람을 들이받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겉으로 볼 때는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달리 평온한 것 같아 보이지만 많은 위험이 잠재돼 있는 상태다. 부실기업이 많고, 자영업자들이 특히 어렵다. 파산 신청하는 개인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문제점 중 하나가 커지면 전체 경제 위기로 확산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평가와 조언을 한다면.
“이뤄질 수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펴야지, 이뤄질 수 없는 어떤 선(善)의 경지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한 불가능한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 영국의 로버트 오웬(1771~1858·협동조합을 창시한 사회주의자) 등 유럽의 이상주의자들이 다양한 사회주의 정책을 시도했지만 다 실패했다. 정치인들은 이상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상을 품는 것과 실제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만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고 하지 말고 많은 전문가, 기업인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좀 더 현장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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