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다이슨 창업자는 10월 10일, 3년 넘게 추진하던 전기차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1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진공청소기 신제품을 설명하는 다이슨. 작은 사진은 영국 잡지 ‘GQ’가 다이슨이 만들 전기차를 상상해서 디자인한 것. 사진 AP·GQ
제임스 다이슨 창업자는 10월 10일, 3년 넘게 추진하던 전기차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1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진공청소기 신제품을 설명하는 다이슨. 작은 사진은 영국 잡지 ‘GQ’가 다이슨이 만들 전기차를 상상해서 디자인한 것. 사진 AP·GQ

2015년 말 영국의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은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삭티3’를 9000만파운드(약 13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진공청소기용 배터리 개발을 위한 투자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이 추측이 뒤집힌 것은 3개월 후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전기차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다이슨은 20억파운드(약 3조원)를 투자해 2021년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이슨 전기차 프로젝트는 진출 선언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10월 11일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홈페이지에 “모든 개발 과정에 큰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업화 가능성을 볼 수 없었다”며 “전기차 프로젝트 폐쇄(closure)”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싱가포르에 짓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건설도 무산됐다. 다이슨은 이어 “이 프로젝트 인수 대상을 찾아봤지만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3년 7개월 만에 포기한 것은 전기차 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의 BBC 뉴스는 “전기차 판매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제조 원가가 내연기관(가솔린·디젤엔진 등)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다”며 “제조사들이 낮은 수익성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정리했다. 다이슨의 전기차 포기로 본 전기차 원가 전쟁을 네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포인트 1│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누구나 살아남을 순 없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약 9500만 대)에서 하이브리드카 등을 제외한 순수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1.5%(145만 대)였다. 아직 점유율이 낮지만 업계는 이 비중이 204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계속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너도나도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 부품의 40%가 필요 없다. 또 내연기관차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는 제조·개발에 오랜 기술 노하우와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모터에 감속기와 배터리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다. 40년간 청소기, 핸드드라이어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모터 기술을 개발한 다이슨이 배터리 회사 인수로 이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전기차 시장은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5월 기준 270개 이상의 신생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GM, 폴크스바겐 등 전통 자동차 제조사는 빼고도 그렇다. 또 전기차 업체가 다른 전기차 업체와만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전기차건 하이브리드카건 내연기관차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인 제품을 고를 뿐이다. 따라서 전기차 업체는 내연기관차 중심인 기존 자동차 업체와도 싸워야 한다.

이 때문에 다이슨의 전기차 사업 포기가 전기차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국 전기차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FDG는 지난달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패러데이퓨처의 CEO도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NIO)도 최근 4년 누적 손실이 57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달하며 주가가 80% 넘게 하락 중이다.


포인트 2│품질, 차 싸게 만드는 노하우는 기존 업체 못 따라간다

전문가들은 미래 전기차 경쟁의 승자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자동차다운 자동차를 만드는 곳’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예상대로라면 기존 전통차 업체에 승산이 있다.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인 만큼 단순 조립만으로는 제대로 된 상품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차 업체만 갖고 있는 대량 생산 플랫폼도 신생 업체들은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로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인 ‘모델 3’의 사전 예약을 2016년 받아 2017년 첫 생산했지만, 대량 생산 체계가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시장 진입장벽이 낮다 하더라도 양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여기에 성공한 제조사들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슨은 최근까지도 영국 훌라빙턴에 있는 연구센터에서 전기차를 시험생산하려 했으나 진척이 무척 더뎠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다이슨이 영입하려 했던 전기차 엔지니어들이 올해 상반기 현장을 방문해 보고는 ‘일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자동차를 생산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에 충격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포인트 3│‘꿈의 배터리’도 좋지만, 값싸게 양산 못 하면 꿈으로 끝날 뿐이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기술 측면에서도 다이슨은 비주류(非主流)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이슨은 전기차에 ‘고체(solid-state)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었다.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내열성이 높고 발화 물질이 없다. 따라서 현재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상용화가 더딘 것이 단점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톱 10 리튬배터리 기업들이 이미 증산(增産)에 돌입했는데, 이는 향후 최소 10년은 이 기술이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는 뜻”이라면서 “반면 다이슨이 인수한 업체로 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삭티3’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 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새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도요타 역시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파나소닉과 합작 법인을 만들어 배터리 비용을 낮추는 연구를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직접 배터리를 제조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배터리 최적화 설계를 통해 전기차 주행 거리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 4│차만 팔아 수익 못 내는 동안, 달리 돈 벌 방법 찾아야 살아남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제조사들이 차 판매를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낼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생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공유, 음식 배달 등 서비스로 활용하는 도요타의 ‘이팔레트(e-Pallete)’가 대표적이다. 2018년 CES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상자 모양 자율주행 전기차를 공개하며 “전동화, 커넥티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전기차”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도요타는 이팔레트를 통해 모빌리티 문화를 바꾸려고 한다”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미래 수익 모델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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