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위챗과 틱톡의 다운로드가 미국에서 금지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위챗과 틱톡의 다운로드가 미국에서 금지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 블룸버그

한국에서 정부가 페이스북 이용 금지 명령을 내리면 어떨까.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홍보·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부터, 개인적 이유로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하는 시민까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 기업의 SNS ‘위챗’과 ‘틱톡’의 다운로드가 금지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 기업 텐센트가 만든 위챗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다. 전 세계 12억 명의 이용자 중 미국 내 이용자는 1900만 명에 이른다. 미국계 중국인 다수가 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15초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입지는 더욱 크다. 전 세계 8억 명 이용자 가운데 미국 내 이용자는 1억 명을 차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위챗과 틱톡 이용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두 SNS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전달할 수 있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9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미 행정부는 “중국이 이 앱들을 사용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경제를 위협하는 수단과 동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당초 9월 20일과 9월 27일 위챗과 틱톡의 다운로드가 각각 금지될 예정이었지만 이용자와 기업의 행정명령 중단 가처분 신청으로 유예된 상태다.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에 미국 기업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 대상 홍보·마케팅 활동에 직접적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 기업위원회 회장은 “중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미국 기업들이 위챗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미 기업들은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NS 이용자들도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에 정면 대응했다. ‘미국 위챗 사용자 연합’을 중심으로 소규모 비영리단체와 일부 개인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표현의 자유)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챗을 많이 쓰는) 중국계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런 반발을 고려하고도 두 SNS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 플랫폼 기업의 세계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는 조치다. 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던 의중과 비슷하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문제 삼아 중국 기업의 기술 패권을 억누르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 조치는 기업을 넘어 시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차이점이 있다. 화웨이는 제품 공급 단계에서 물품을 납품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다. 화웨이 이용 금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기업이 고스란히 입었다. 반면 위챗과 틱톡은 기업을 넘어 일반 시민까지 모두 이용하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다. 이번 행정명령은 일반 시민까지도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력을 체감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시민도 미·중 무역전쟁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히말라야 부근 중국과 인도의 분쟁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인도 군용차. 사진 EPA연합
히말라야 부근 중국과 인도의 분쟁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인도 군용차. 사진 EPA연합

위챗 사용 금지령에 연방 판사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의 자유를 연방 수정헌법 1조에 명시하는 미국에선 이번 행정명령 조치가 특히나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산 국가인 중국에선 그간 ‘만리방화벽’을 세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의 SNS 이용을 금지했다. 반정부적 여론에 부담감을 느끼는 중국 정부의 조치였다. 반면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미국이 SNS를 금지한다는 것에 대해선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은 위챗 사용 금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단시켜달라는 위챗 사용자들의 가처분신청을 행정명령 시행 당일 인용했다. 로럴 빌러 연방 판사는 “많은 중국계 미국인에게 위챗은 의사소통의 유일한 수단이고 대안으로 쓸 수 있는 다른 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위챗 금지는 원고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위챗의 금지가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틱톡도 미 워싱턴 소재 연방 법원에 틱톡 사용을 금지한 행정명령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9월 18일 제기했다. 틱톡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부당한 적법 절차”라면서 “1년 가까이 미 행정부와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미국은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틱톡은 미 정부와 물밑 합의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틱톡 서비스는 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에 인수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미국 안보 위협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라클은 틱톡 소수 지분을 보유하되 사용자 정보는 모두 오라클이 단독으로 관리하고, 소스코드 등에 대해 미 당국의 감독을 받을 예정이다. 또 틱톡 해외사업 부문을 ‘틱톡 글로벌’이라는 미국에 상장할 새 회사로 합쳐 미국에 본사를 둔다. 틱톡이 과반 지분을 유지한다는 조건도 없애 오라클과 월마트, 미 투자자들이 60% 이상 지분을 소유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트럼프 정부는 위챗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법원의 위챗 사용 금지 행정명령 효력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하고 구제책을 마련하는 한편, 법적 싸움을 예고했다.

반면 틱톡의 경우 오라클의 인수 가능성으로 협의의 여지를 남겨뒀다. 당초 틱톡의 다운로드 금지일도 위챗보다 일주일 늦은 9월 27일로 결정했다. 미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9월 18일 “틱톡의 협조적 태도에 따라 규제를 변경하거나 없앨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은 격화할 전망이다. 9월 20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대한 규정을 공개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명단에 오른 기업은 중국과의 수출입은 물론, 해당 기업이 소재한 국가에 대한 투자가 금지될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애플, 시스코 같은 미국 기업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lus point

전 세계적 중국 앱 금지 조치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금지가 전 세계적인 지정학 싸움 수단이 되고 있다. 중국 앱을 가장 먼저 금지한 나라는 최근 중국과 히말라야 부근 국경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인도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6월 29일(현지시각) 틱톡, 위챗을 포함한 중국 앱 59개의 사용을 금지하며 이들 앱이 “인도의 주권, 방위, 안보, 공공질서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틱톡의 주요 시장으로, 전체 사용자 중 인도 사용자가 약 1억20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우방국 호주도 틱톡 경계령을 내렸다. 호주 정부는 화웨이와 중국의 통신 장비 제조업체 ZTE를 금지한 데 이어 틱톡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9월 6일 틱톡을 “소셜미디어(SNS)로 위장한 정보 수집 서비스”라며 조치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비슷한 조치가 이뤄졌다. 7월 15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시정명령과 1억8600만원의 과징금을 틱톡에 부과했다. 방통위는 틱톡이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 정보 6000여 건을 수집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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