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인 에누마 대표서울대 조소과, 전 엔씨소프트 근무, ‘게임회사 이야기’ 저자,2017 아쇼카 펠로, 2019 글로벌러닝 엑스프라이즈 공동 우승,2020 슈바프재단 올해의 사회혁신가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9월 1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2’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DB
이수인 에누마 대표서울대 조소과, 전 엔씨소프트 근무, ‘게임회사 이야기’ 저자,2017 아쇼카 펠로, 2019 글로벌러닝 엑스프라이즈 공동 우승,2020 슈바프재단 올해의 사회혁신가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9월 1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2’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기술이 교육에 사용될 때 달라야 하는 것은 모든 구성 요소가 함께 (교육적으로) 건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수인 에누마 공동대표는 9월 1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2’에서 “우리나라만 해도 공부를 잘한 학부모들은 공부에만 초점을 맞춰 학교에서 하는 입시 교육에 몰두해 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교육을 위한 기술이 입시에만 몰두하면 취약계층이나 다문화 가정,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부모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TV 등 디지털 기기를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학교 시스템은 입시 공부 중심으로 여전히 고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컴퓨터 활용이나 아이들 간 협력은 학교에서 장려되지 않으며 혼자 ‘국·영·수’ 등 교과목을 잘하는 것만 여전히 중요해 아이들이 중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육 체계가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은 디지털 유해 매체나 게임에 대한 과도한 몰입 등에 노출됐다”고 했다. 

에누마는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 출신 이 대표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남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2012년 미국 버클리에서 공동 창업한 교육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다 결혼 후 남편의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여러 의료 문제를 갖고 있었다. 학습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게임기획자 출신인 이 대표는 아이를 위해 게임을 응용한 교육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고, 에누마 사업의 시초가 됐다. ‘하나하나 열거한다’는 영어 단어(enumerate)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에누마는 3~9세 아동이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도 기본 문해(文解)와 수학, 영어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 두 대표가 가진 게임 회사 근무 경험이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로 이어져 아이가 놀듯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로 디자인했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 2014년 게임을 통해 수학학습을 돕는 ‘토도수학’이다. 

토도수학은 등장하자마자 전 세계 20개국에서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에 올랐다. 마케팅이나 홍보에 큰 힘을 쓰지 않고도 입소문만으로 성과를 냈다고 한다. 미국·호주 등 여러 국가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토도수학을 수업 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에누마는 이어 종합 교육 솔루션인 ‘킷킷스쿨’을 내놨다. 킷킷스쿨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후원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 참가해 우승을 거머쥔 앱이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2014년부터 5년간 진행된 아동 교육 경진대회로, 40개 국가에서 700여 개 팀이 참가했다. 교사와 부모가 없거나 혹은 학교가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일론 머스크는 이 대회에 우리 돈으로 약 180억원을 후원했으며, 에누마는 이 대회에 ‘개발도상국 아동의 기초교육 문제 해결’을 주제로 참가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육 공백이 일어났고, 16억 명의 아이가 학교를 일시적으로 다니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교육을 원격으로 전달하려는 범지구적 노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술이 닿지 않은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어떤 나라는 원격 교육률이 20%가 되지 않았고, 그 나라에선 80%가 넘는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했다”며 “기술은 교육을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80%의 사람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과거 라디오 교육, TV 교육이 등장했을 때, 교사가 라디오나 TV로 가르칠 수 있는데 학교를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이런 생각은 없어졌다”며 “집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부를 원래 잘하던 아이들은 여전히 공부를 잘하는데, 안 하던 아이들은 더 안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학교는 교사가 있고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학습 공동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팬데믹 이후 아이들의 언어 발달 저해 역시 다른 아이들과 교류가 없었기 때문으로 사회화 측면에서 학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이수인 대표는 “교육 체계가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은 디지털 유해 매체나 게임에 대한 과도한 몰입 등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이수인 대표는 “교육 체계가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은 디지털 유해 매체나 게임에 대한 과도한 몰입 등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게임, 메타버스 활용한 사회성 교육

이 대표는 ‘교육 위기’ 극복의 단초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다보스포럼에서 팬데믹 이후의 교육 문제와 관련해 글로벌 리더들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또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이 설립한 슈바프재단에서 ‘올해의 사회 혁신가(Social Innovator of the Year)’로 이 대표가 선정됐다. 슈바프재단은 해마다 사회의 변화를 촉발하는 사회적 기업가와 기업, 정부 조직 리더를 20여 명 선정하는데 이 대표는 2020년 선정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교육 콘텐츠가 가장 귀했다. 사회성은 놀면서 배우니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자는 것이었다”며 “이제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널려있는 공부 콘텐츠가 아닌, 사회적 기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유엔 산하 기구들은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회성 수치를 올릴 수 있을지, 사회성과 이성을 갖추고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을 키워내는 걸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인구는 계속해 줄어드는 반면에 개발도상국의 인구는 늘고 있다”며 “다시 말해 미래에 전 세계 노동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건 이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이고, 모두가 올바르게 발전하려면 이들의 교육을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미래의 지구에 있어 협력이라는 가치는 공부 잘하는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기에 공교육이 해야 할 것”이라며 “모두가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모든 투자가 교육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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