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세코의 캠핑 난로와 가방. 사진 파세코
파세코의 캠핑 난로와 가방. 사진 파세코

올겨울 캠핑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언택트(untact·비대면) 레저 활동 중 하나인 캠핑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야외활동 비수기에 이뤄지는 겨울 캠핑은 과거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겨울 캠핑에 도전하는 ‘캠린이(캠핑+어린이·캠핑 입문자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늘어난 데다 ‘차박족(차에서 숙박하는 사람)’까지 가세하면서 겨울 캠핑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마켓의 최근 한 달간(10월 17일~11월 16일) 겨울 캠핑용품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야외용 난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늘었고 캠핑 전용 난로와 야전 침대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53%, 49%의 성장률을 보였다. 옥션도 야외용 난로(29%), 캠핑 전용 난로(89%), 야전 침대(31%)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캠핑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전제품 회사 파세코의 캠핑용 석유난로가 대표적이다. 10만~30만원대인 파세코의 캠핑 난로는 저렴한 가격에 잔고장이 없어 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파세코는 올해 동계 시즌을 앞둔 8~10월 자사 홈페이지에서 네 차례 캠핑 난로 예약 판매를 진행했는데, 매번 완판 기록을 세웠다. 준비한 캠핑 난로 물량 500대가 판매 개시 8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파세코에 따르면 올해 캠핑 난로 판매량은 지난해 세 배 수준이다.

아웃도어용품 전문 회사 헬리녹스의 텐트도 출시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제품이다. 헬리녹스는 지난 8~9월 사계절용 대형 텐트 ‘노나돔’ 판매를 두 차례 진행했다. 198만원으로 고가지만, 두 차례 판매 모두 완판이었다. 자사 온라인몰에서 이뤄진 1차 판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 장애가 빚어졌고 포털 검색어 상위에 제품명이 오를 정도로 화제였다. ‘주문 폭주’를 우려해 2차 판매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진행됐다. 헬리녹스는 텐트를 비롯해 제품 출시에 앞서 판매 일정을 사전 공지하고 있다. 텐트처럼 수요가 몰리는 제품 판매는 추첨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자사 온라인몰과 함께 다른 판매 채널도 활용하고 있다.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한 중고 거래도 불이 붙었다. 캠핑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구매 가격에 ‘웃돈’을 얹어 난로나 야전 침대, 텐트를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령, 29만8000원에 판매된 파세코 캠핑 난로의 중고 거래 시세는 32만원 안팎으로 10% 상당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캠린이 박종안(32)씨는 “겨울 캠핑 필수품인 난로부터 야전 침대, 텐트 등 종류를 불문하고 인기 제품은 신제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리셀러(웃돈을 받고 제품을 되파는 사람)도 늘면서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직후 판매 글을 올리면서 배송지를 변경해주겠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헬리녹스의 캠핑 의자. 사진 헬리녹스
헬리녹스의 캠핑 의자. 사진 헬리녹스

토종 韓 브랜드 활약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캠핑 산업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2017년 1851개였던 등록 캠핑장 수도 1900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캠핑 이용자 수는 403만 명으로 전년보다 33.9% 증가했다. 2018년 400만 명 수준이던 캠핑 인구는 올해 상반기 5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캠핑은 201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캠핑 산업이 가파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캠핑 업계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한국 토종 브랜드의 활약이 두드러진 점은 고무적이다. 코로나19 탓에 해외 배송 지연, 현지 재고 부족 등으로 직구가 여의치 않자 국산 캠핑용품 구하기에 나선 캠핑족이 늘어난 것이다. 캠핑용품 품절 대란을 일으킨 파세코와 헬리녹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한국 업체다.

1974년 설립된 파세코는 세계 난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2003년 미국이 공개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은신처 사진에 파세코 난로가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파세코는 국내에서 석유난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하지만 2009년쯤 국내 캠핑족을 통해 해외 판매 중인 파세코 난로가 역수입될 정도로 인기를 끌자 파세코는 내수 시장 챙기기에도 나섰다. 올해 초 8910원이었던 파세코 주가는 국내 캠핑 붐을 타고 11월 18일 기준 1만2800원까지 올랐다.

헬리녹스는 전 세계 텐트 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 국내 중소기업 동아알루미늄에서 분사한 회사다. 노스페이스·콜맨·몽벨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가 동아알루미늄 제품을 쓰고 있다. 동아알루미늄은 2011년 캠핑용품 브랜드 헬리녹스를 만들면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도 진출했다. 헬리녹스는 2013년 분사 이후 대표 상품인 캠핑 의자 ‘체어원’을 앞세워 매출 200억원대의 글로벌 캠핑용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캠핑 업계의 ‘명품’ ‘샤넬’로 불리는 헬리녹스 제품은 비싼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톱 모회사가 보증하는 품질,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와 협업한 디자인을 무기로 캠핑족의 지갑을 열게 했다.

캠핑 필수품인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 업체 태양, 대륙제관 등도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태양은 휴대용 부탄가스 ‘썬연료’를 만드는 회사로, 글로벌 휴대용 부탄가스 시장에서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plus point

월가가 주목한 아웃도어용품 회사 ‘예티’

예티의 아이스박스. 사진 예티
예티의 아이스박스. 사진 예티

미국 아이스박스 제조 업체 예티(YETI) 주가가 올해 초 34.9달러(약 3만8512원)에서 11월 16일(현지시각) 57.33달러(약 6만3263원)까지 올랐다. 2018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캠핑이 대중화하고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캠핑용품을 구비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예티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 예티는 올해 2분기 2억4690만달러(약 2725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연간 10억달러(약 1조1035억원) 매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스박스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예티는 최대 1300달러(약 143만원)에 달하는 고가·고기능 아이스박스를 판매하는데, 국내에서도 캠핑족·낚시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브랜드다.

낚시·사냥용품으로 시작해 현재 캠핑·농장 등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하며 종합 아웃도어용품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곰이 때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사슴 세 마리가 들어간다’는 기발한 마케팅으로 아이스박스를 판매하면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

예티의 텀블러도 캠핑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예티의 전체 매출에서 텀블러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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