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하버드대 경제학 학·석·박사,현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전 하버드대 교수, 전 볼리비아 대통령 자문역,전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이사제프리 삭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하버드대 경제학 학·석·박사,현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전 하버드대 교수, 전 볼리비아 대통령 자문역,전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이사 사진 제프리 삭스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온통 잿빛이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고했던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이 이번엔 ‘경기 침체론’을 들고나왔다.

‘닥터 둠’이란 별명을 가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말라”며 특유의 비관론을 설파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도 “세계는 전쟁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비관론 대열에 합류했다.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걱정만 하고 있을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 혼란(disruptions)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시기”라며 세계 경제가 곧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삭스 교수는 평생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공존할 방법을 연구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경제학계에서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삭스 교수를 ‘3대 스타 경제학자’로 꼽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속 가능 개발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 사 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뽑았다.

1980년대 이후 약 40년 동안 세계 경제를 덮친 대규모 불황은 네 차례 있었다.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초반, 2001년 그리고 가장 최근이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다. 전조 현상은 대체로 비슷했다.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떨어졌고, 뒤이어 전 세계적으로 무역량이 줄었다. 이후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자본이 빠져나갔다.

삭스 교수는 이런 징후가 올해 초부터 세계 경제 곳곳에서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최근 수년 동안 국제 사회가 빈곤 국가를 포함한 여러 개발도상국에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앞으로 불확실성(uncertainty)이 더 커지면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협력 대신 각자도생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삭스 교수와 일문일답.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코로나19 확산이 멈췄는데도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끊이질 않는다. 이 비관론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기원(origin)을 따지라면 미국과 중국을 꼽겠다. 두 나라는 지난 수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엔진 역할을 맡았지만, 그 힘이 떨어졌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거의 40년 만에 최고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게 다 푸틴 때문(Putin’s price hike)’이라고 했는데, 그보다 훨씬 복합적인 문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발행한 달러가 이전 23년 동안 찍은 액수보다 많다. 현대 통화 이론을 추종하는 이들은 화폐 공급 권한을 독점한 연준이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바꾸기만 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궤도를 벗어난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이 그들 예상처럼 매끄럽지 않다. 앞으로 3년 동안, 2025년까지 미국은 상당한 인플레이션과 그 후폭풍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혼란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서둘러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려다가 공중 보건 부문에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관세 문제도 여전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국내외 활동에 한계가 분명하다.”

유엔(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로서 현시점에서 세계 경제에 위협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다. 애초에 제로 금리는 영원할 수 없었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황 다음에는 불황이 이어진다. 금리는 이런 사이클에 따라 오르내릴 뿐이다. 이보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더 큰 공포를 자극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적 경제 협력에 큰 균열을 냈다. 뒤따른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유럽 국가들과 빈곤국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모두가 경제 위기(economic crisis)로 직행하는 길이다.”

개발도상국이 특히 취약한 것 같다.
“지금처럼 지정학적인 긴장이 이어지면 언제든 개발도상국부터 디폴트(default)가 이어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대출 제도나 중앙은행 사이 통화 스와프 협약 같은 기존 정책만으로는 대규모 자본 유출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베네수엘라, 페루, 볼리비아, 칠레처럼 현재 정치가 불안한 국가들은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국가 발행 채권이 더 빠르게 안전 자산 지위를 잃을 것이다.”

전 세계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는 그동안 핵 분쟁이나 기후 변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등 인류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공통 원칙(doctrine)을 세우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외교적인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무역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다자주의 대신 지역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금융 정책 흐름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나.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직후 한국 경제는 IMF 외환 위기로 패닉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한국은 금융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걸쳐 효과적인 공공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팬데믹 중에도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빠르게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 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금융 시스템은 이전보다 훨씬 건전해졌다.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이전처럼 신흥국 연쇄 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언제쯤 세계 경제가 비관론에서 벗어나게 될까.
“세계 경제에 당분간 ‘좋은 소식(good news)’이란 없다. 이제 이전처럼 무한정 돈을 찍어내는 경기 부양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려면 2025년은 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중화기(heavy weapons)를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계속 대립했다. 이제 이 도발을 그만둘 적합한 시점이다. 8년을 이어 온 이 방식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러시아를 벌해야 한다’는 미국 정책에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경제 위기를 이유 삼아 중국과 적대감을 완화하고, 다시 협력 노선을 복구하는 방안을 생각하기에 지금이 좋은 시기다. 불필요한 갈등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0년 넘게 두 나라가 조였던 매듭을 느슨하게 할 뿐이다. 반중 동맹(anti-China coalition)처럼 적대적인 행동은 무의미하다.”

유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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