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잠시 주춤했지만, 국내 캠핑카 시장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주 52시간근무제 시행에 따른 여가 활동 증가와 캠핑카 개조 규제 완화 등으로 지난해 캠핑카 등록 대수는 2만5000여 대에 육박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매년 6000여 대가 캠핑카로 개조되고, 13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도 소형 트럭 ‘포터Ⅱ’를 기반으로 한 캠핑카 ‘포레스트’를 출시했다. 차명은 ‘포터(porter)’와 ‘휴식(rest)’을 결합해 만들었으며 개발 콘셉트는 ‘움직이는 집’이다. 말 그대로 포터Ⅱ에 거대한 집을 얹었다.

크기부터 심상치 않다. 높이가 3m에 달해 웬만한 건물 지하에는 진입할 수 없다. 앞뒤 길이도 5.6m가 넘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도 50㎝ 이상 튀어나온다. 만약 개인 구매자가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별도 주차 공간부터 알아봐야 한다.

두꺼운 설명서에서 주요 기능을 확인하고 나서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바람을 가르는 풍절음이나 노면에서 발생하는 로드 노이즈는 빗소리에 묻힌다. 상대적으로 실내 가구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간 포터Ⅱ를 수십 차례 시승했지만, 폭우 속 만차 운전은 낯설다. 하루 전부터 끊임없이 내린 비로 예상보다 더 많은 제동거리가 필요했다. 전반적으로 타이어와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차선 변경이나 고속 곡선 구간에서 좌우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화물을 실을 때와 달리 포레스트는 가운데 공간을 비우고 바깥쪽에 가구나 전자기기를 배치했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다시 균형을 잡기까지 수차례 휘청댈 수밖에 없다.

사실 포레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캠핑카가 그렇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움직이며 끊임없이 안전운전을 되새겨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캠핑장에 도착하니 운전 내내 신경을 건드리던 빗소리가 어느새 운치 있는 배경 음악으로 바뀐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화려한 편의 사양을 만끽할 차례다.

외관은 최대한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박스 형태를 갖췄다. 운전석 뒤로 주유구와 요소수 투입구가 있고 조수석 뒤에는 천막과 출입구, 외부 샤워기 등이 배치됐다. 이어 좌우 개폐가 가능한 대형 화물함이 맨 끝 아래 자리를 잡고 있다.


차량 뒷면에는 전동식 확장형 공간이 설치돼 캠핑할 때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
차량 뒷면에는 전동식 확장형 공간이 설치돼 캠핑할 때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
스마트폰과 연동해 차량 실내 조명, 실내 온도 조절 등의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사진 현대차
스마트폰과 연동해 차량 실내 조명, 실내 온도 조절 등의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사진 현대차

실내는 운전석이 위치한 콕핏(운전석 공간)과 사용자들이 머물고 생활하는 캐빈으로 나뉜다. 콕핏 구성은 포터Ⅱ와 동일하다. 후방 시야 확보를 위해 디지털 룸미러를 적용한 것 외에는 차이점이 없다.

캠핑카의 핵심은 캐빈이다. 현대차 역시 캐빈 공간 활용성에 중점을 뒀다. 포레스트가 다른 캠핑카들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바로 스마트 룸이다. 전동식 확장형 공간으로, 차량 뒷부분이 80㎝나 더 연장되고 이를 침실로 활용할 수 있다. 성인 남성 3명이 누워도 넉넉하며 각 모서리에 4명이 앉아 윷놀이도 할 수 있다.

반대편에는 스마트 베드가 있다.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거실 천장부를 내려 2층 침대로 만들 수 있다. 스마트 룸처럼 앉기에는 다소 좁지만, 누워서 잠을 자는 공간으로는 충분하다. 스마트 베드는 콕핏 상단부와 연결돼 머리맡에 짐을 두고도 발을 끝까지 뻗을 수 있다.

스마트 베드 아래 거실 공간에는 가변 시트가 장착됐다. 가변 시트는 주행 중에는 탑승객 시트로, 캠핑 시에는 소파로, 잠을 잘 때는 침대로 바뀐다. 가운데 테이블은 유압식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식탁으로도 유용하다. 스마트 룸과 스마트 베드 그리고 가변 시트까지 모두 침대로 사용하면, 8명까지 잘 수 있다.

스마트 룸과 거실 공간 사이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자리한다. 8600만원 상당의 최상위 트림 풀 옵션 차량인 만큼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장착됐다. 다만,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와 같은 가열 조리 기구가 빠진 점은 아쉽다. 버너나 화로를 사용해 야외에서 요리할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 조리 환경이 필수다.

화장실은 독립형 샤워 부스와 실내 좌변기 등이 마련됐다. 무시동 히터로 실내 난방은 물론, 온수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야외 활동 후 편안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물론,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을 많이 사용할 경우 오수 탱크를 자주 비워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24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와 통합 컨트롤러 디스플레이도 배치됐다. 통합 컨트롤러는 실내외 조명부터 청수와 오수, 난방, 태양전지 패널, 배터리 잔량 등을 관리한다. 특히,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이 차는 제1종 보통 면허가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을 이용하는 전용 캠핑카를 타고 오니 한층 더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밀려오는 숲 냄새와 빗소리를 느끼며 통장 잔고를 확인해본다.

신승영 모터그래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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