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오른쪽) 소녀방앗간 대표와 전제언 소녀방앗간 물류팀장이 서울숲시작점 앞에 있다. 사진 소녀방앗간
김민영(오른쪽) 소녀방앗간 대표와 전제언 소녀방앗간 물류팀장이 서울숲시작점 앞에 있다. 사진 소녀방앗간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소녀방앗간’ 고속버스터미널역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정갈한 밥상이 차려진다. 밥그릇 뚜껑을 열자 곤드레나물 냄새가 향기롭게 피어올랐다. 초록빛 산나물과 메추리알 장조림, 보기만 해도 시원한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등장한다. 소박하지만 정겹다. 김이 피어나는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을 듬뿍 퍼담아 한입 맛을 본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잘 챙겨 먹으라는 할머니의 따뜻한 잔소리가 절로 생각난다.

사회적기업 전 단계인 예비사회적 기업인 소녀방앗간은 청정재료로 요리하는 한식 밥집이다. 식당 이름은 소녀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대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민영(29) 소녀방앗간 대표는 7월 21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취업준비생 시절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다녀온 경북 청송군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시 식사로 대접받았던 된장찌개, 장아찌, 채소 쌈 등을 먹으며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라며 “어르신들이 정직하게 키운 농작물이 안정적인 유통 경로를 찾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라고 했다.

시골에서는 적절한 판매처를 찾지 못해 농작물을 헐값에 납품하거나 급식소에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팔면서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런 ‘어르신’들이 안타까워 온라인 판매로 청송 고춧가루 판매부터 시작했다. 손님들이 요리로 산나물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서울 성수동에 첫 밥집을 차리게 된 것이 소녀방앗간의 시작이다.

2014년 개업한 소녀방앗간은 서울숲시작점을 시작으로 이화여대점, 마로니에점, 고속터미널역점 등 점포를 7개로 늘렸다. 모두 직영점이다. 건강을 생각한 저염도 밥상에 처음에는 싱겁다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제는 김 대표의 밥상 철학에 공감하는 단골이 늘었다. 식자재는 현재 경북 청송, 전남 나주 등 매년 10여 곳에서 공급받는다. 그중 경북 청송에서 받는 식자재의 비중이 가장 크다. 어르신들이 모인 청송시니어클럽은 콩과 무, 고추, 된장 등 청송 지역 농산물을 모아 서울의 소녀방앗간에 보낸다. 소녀방앗간의 사업 포인트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포인트 1│시골 감성과 정(情) 담은 식탁

필요한 식자재 양을 고려해 소녀방앗간과 지역이 협의한 양의 농산물이 시골에서 올라온다. 신선함을 중시하는 소녀방앗간은 재고를 남기지 않을 만큼만 주문하고 시골에서는 그에 맞게 생산한다. 소녀방앗간 센트럴 키친에서는 시골에서 받은 재료로 반찬을 만들고 서울 7개 전 매장으로 새벽에 배송한다. 오래 보관하는 ‘짠지류’ 반찬이 아닌 신선한 ‘무침’이나 ‘볶음’을 손님상에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전반적으로 심심한 음식 맛에는 저염도를 고집하는 김 대표의 소신이 담겨있다. 먹고 나서 속이 편해야 나를 위한 식사라는 고집에서다. 김 대표는 손님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 위로되는 경험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6년 전 창업 초부터 함께해온 오랜 단골은 아이의 첫 된장으로 소녀방앗간의 된장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의미 있는 고집으로 만든 밥상은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에도 합격이었다.

버스 일정 때문에 빠르게 먹고 나가야 하는 고속터미널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음식을 직접 서빙한다. 오늘의 산나물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산나물마다 맛과 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준다. 김 대표는 “손님 100명을 맞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고 싶다”라며 “현장의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맛과 서비스에서 모두 따스한 정을 듬뿍 담은 밥상이다.


소녀방앗간은 산나물밥을 매일 다른 나물로 구성한다. 직원들이 직접 서빙을 하며 나물의 맛과 향을 설명한다. 사진 소녀방앗간
소녀방앗간은 산나물밥을 매일 다른 나물로 구성한다. 직원들이 직접 서빙을 하며 나물의 맛과 향을 설명한다. 사진 소녀방앗간

포인트 2│신뢰주는 정직한 재료와 맛

소녀방앗간 메뉴판에는 식자재를 재배한 어르신들의 성함이 적혀 있다. ‘청송 신기마을 황태한 어르신네 건고추’ ‘장순분 어르신네 들깨로 짠 들기름’ ‘방위순 할머니 재래 간장’ 옆집 할머니같이 정감 있는 어르신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읽어보면 음식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다.

매년 협의를 통해 그해 생산할 농산물을 정하고 소녀방앗간은 계획에 따라 식자재를 소진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농산물이 필요하면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어르신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다 식자재 공급처인 경북 청송에서는 해썹(HACCP)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황진호 청송시니어클럽 관장은 “앞으로는 식자재에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며 “소녀방앗간이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도록 해썹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직한 맛도 믿을 만하다. 소녀방앗간은 하루 네 번 된장국의 염도를 체크한다. 건강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 염도를 0.7~0.8%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밑반찬 역시 센트럴 키친에서 조리해 전 지점으로 새벽에 배달되기 때문에 모든 지점에서 신선하고 동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맛만을 위해서는 자극적으로 조미료 등을 첨가할 수 있지만, 혀만 즐거운 음식이 아닌 몸이 부대끼지 않는 속 편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소녀방앗간의 목표다.


청송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는 콩, 무, 고추, 된장 등을 소녀방앗간에 공급한다. 사진 소녀방앗간
청송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는 콩, 무, 고추, 된장 등을 소녀방앗간에 공급한다. 사진 소녀방앗간

포인트 3│지역 위기 극복 위한 상생모델

도시에 필요한 시골의 청정 농산물을 유통하는 소녀방앗간은 모범적인 농촌 경제 활성화 사례로 꼽힌다. 황 관장은 “지금 소녀방앗간은 기존에 농협이 해야 했던 기능을 하고 있다”라며 “지역의 위기 앞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한다. 김 대표도 “지역과의 동행이 가장 중요한 사업 포인트”라며 “도시와 농촌이 함께 성장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라고 했다.

시골 어르신들은 자식 같은 농작물이 도시에서 정성스러운 밥상으로 태어나는 모습이 감격스럽다는 반응이다. 경북 청송군에서 소녀방앗간 식자재 공급에 관여하는 어르신들은 2800여 명. 대부분 가공과 포장 등의 업무를 맡고 이 중 200명의 어르신이 농산물을 재배한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보니 고강도의 업무는 어렵다. 어르신들은 다 같이 힘을 모아 천천히 재배하며 농사의 기쁨을 즐긴다.

물론 빡빡한 도시 사람들의 수요도 중요하다. 창업 초에는 김 대표 역시 젊은 세대가 시골 나물을 좋아할까라고 고민했지만, 건강한 밥에 대한 도시인의 갈망은 강했다. 케이터링(행사나 연회에 음식을 공급하는 것)과 선물세트 수요도 많다.

사업은 지역과 함께 협의하며 천천히 성장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시골에서 농산물 수확량을 무리 없이 재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매년 한두 곳 정도 점포를 늘리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제대로 된 한식 밥상을 제공하면서 지역 상생을 위해 0.0001%라도 변화를 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성공보다 지역과 함께 동행하는 모습을 추구한다”라며 “거창한 모습보다 소박하고 정감 있는 식탁을 변치 않고 제공하고 싶다”라고 했다.

오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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