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 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용두1-6구역. 이 지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과 제기역 사이에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 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용두1-6구역. 이 지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과 제기역 사이에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을 통해 ‘특단의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하며 “시장이 예상하는 (공급)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불과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공급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주택 시장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자 공급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다만 정부가 핵심 대책으로 미는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은 기존에도 언급됐고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는 만큼, 주택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재개발, 역세권 개발, 신규 택지 개발 등 부동산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설 연휴 이전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 부문의 참여를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며 “공급 부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을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은 도심 개발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서울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 부지 등 사실상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더는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이 들어설 만한 땅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이나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면적 비율) 규제를 완화해 도심에 공급을 늘리거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정도만 남았다. 과연 정부가 올해 선보일 공급 대책은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까.


도심 고밀도 개발, 민간 유인‘당근’

도심 고밀도 개발은 입지 좋은 지역을 더 높고 빽빽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역세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고 도심 업무지역과 가까워 직주근접을 원하는 주택 수요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입지다. 정부 입장에서도 택지 개발 같은 대형 사업 없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 307곳의 역세권 용적률은 평균 160% 수준이다. 1월 1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국무회의에서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일반주거지역을 포함하고 지구단위계획으로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할 경우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높이는 내용이 핵심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일반주거지역은 지구단위계획으로 용적률을 최대 400~500%까지 높일 수 있었다. 새 시행령을 통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진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 철도 역사의 33%(100여 곳)가 일반주거지역 인근에 있다.

관건은 토지주의 개발 의욕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8년 12월 공공주택 8만 가구 공급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하철역 반경 250m 안에 있으면서 입지와 면적, 노후도 등을 만족할 경우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을 내놨다. 하지만 용적률 증가분의 50%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늘어난 주택의 상당수는 공공임대로 환수할 방침이라 개발 이익을 바라는 민간 사업자의 호응을 끌어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지분적립형 주택 등 개발 이익을 적대시하는 정부가 과연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시정비 사업의 한 전문가는 “도심 고밀도 개발을 통해 정부는 공공임대 공급을 늘리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엔 개발 이익을 못 준다는 어긋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간을 유인할 ‘당근’이 없다면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이해관계자 갈등 봉합이 핵심

국토부와 서울시는 올해 첫 공급 대책으로 서울 흑석2, 양평13, 용두1-6, 봉천13, 신설1, 양평14, 신문로2-12, 강북5 등 공공재개발 사업 시범 사업 후보지 8곳을 선정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으로 장기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모두 역세권에 있는 기존 정비구역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평균 10년 이상 사업이 미뤄진 곳이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대규모 주거단지를 공급할 만한 땅이 없는 서울에서 그나마 대단지를 내놓을 방법이다. 민간재개발과 비교해 주민 동의율 조건도 더 수월하다. 공공재개발 추진을 위해선 신규 구역과 해제 지역은 주민의 3분의 2 이상, 조합이 설립된 구역은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민간재개발 조합 설립이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법정 상한의 최대 12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고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혜택 덕분에 재개발 사업지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재개발은 강남보다는 강북권이나 서울 외곽에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며 “분양가상한제 미적용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 후 전매가 자유롭고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10년 이상 주민들의 갈등이 쌓인 지역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으면 사업을 정상화하기 쉽지 않다. 서울 답십리17구역의 경우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했지만,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신청을 철회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토지 소유자들은 이득이 남을지 남지 않을지 애매한 상황에선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명확한 해답이 없으면 주택이 신속하게 공급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LH나 SH 주도로 사업이 시행되면 사업 방향이 공공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재건축 사업이긴 하지만 서울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서울시 요구에 따라 2017년 국제 설계 공모를 진행했고 주민 반발에도 기부 채납 요구를 따랐지만, 아직 다음 인허가 과정을 밟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는 2013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다음 단계인 사업 시행 인가를 현재까지 받지 못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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