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 명동2호점(왼쪽)과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정미하 기자
탑텐 명동2호점(왼쪽)과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정미하 기자

11월 17일 일요일 오후 4시.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점을 찾은 30대 직장인 안모씨는 플리스(fleece·양털 느낌이 나는 인조섬유로 만든 제품) 두 장, 히트텍(발열내의) 세 장을 바구니에 담았다. 안씨는 매해 겨울 유니클로 제품으로 월동 준비를 한다. 안씨는 “불매운동 때문에 고민했지만 추위를 당할 자신이 없었다”라며 “의외로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무료로 준다는 히트텍은 다 떨어졌다고 해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1월 18일 월요일 오후 5시. 탑텐 대학로점을 찾은 60대 유모씨는 경량 패딩 조끼를 두 장 샀다. 유씨는 “지난해 겨울에는 유니클로 조끼를 사서 입었지만, 올해는 불매운동 때문에 일부러 탑텐에 왔다”며 “무료로 준다는 발열내의가 오전에 소진됐다고 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유니클로와 국내 의류 브랜드 탑텐이 ‘내복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값싼 겨울옷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인기 상품인 ‘히트텍’ 10만 장을 무료 배포하자 탑텐이 자사의 발열내의 ‘온에어’ 20만 장을 무료로 주는 행사를 마련해 맞불을 놓은 것.

서울을 포함한 중부 내륙 지방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1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유니클로와 탑텐 매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은 불매운동이 일어난 7월 이후 한산했던 분위기와 달리 대학생, 아이와 함께 온 30~40대 주부, 60~70대 여성으로 북적였다. 계산대에는 10명 이상의 사람이 줄지어 있었다.

탑텐 명동2호점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학생, 40~50대 주부, 매장 인근 직장인들이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으로 이어진 탑텐 건물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탑텐 매장 직원은 “준비했던 온에어 증정품은 오전에 모두 동났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강남역점 외관. 사진 정미하 기자
유니클로 강남역점 외관. 사진 정미하 기자

유니클로, 오프라인 구매자에게 히트텍 10만 장 증정

‘내복 전쟁’에 불을 지핀 건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11월 15일부터 21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과 상관없이 히트텍 10만 장을 무료 증정한다고 발표했다.

유니클로는 1년에 두 번, 대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감사제’라는 행사를 연다. 올해는 플리스와 캐시미어 스웨터, 경량 패딩 조끼 등을 1만~4만원 할인해 판매했다. 올해는 감사제 동안 히트텍을 1인당 1장씩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더했다.

매장당 하루 200~300장 제공하는 히트텍은 개장한 지 한 시간이면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점, 강남점, 명동점 직원은 “오전에 하루치 히트텍이 다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회복하기 위해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를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제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반면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는 오프라인 매장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유니클로가 증정 행사를 벌이는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유니클로는 2016년 서울 청진동 디타워점 오픈을 기념해 제품 구매와 상관없이 여름 속옷 ‘에어리즘’을 나눠주는 행사를 마지막으로 증정 행사를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불매운동과 연관 짓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2015년 감사제 때도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면 티셔츠를 증정했었다”라며 “한국 진출 15주년에 맞춰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히트텍 증정 이벤트를 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탑텐 ‘행복제’ 광고. 사진 탑텐
탑텐 ‘행복제’ 광고. 사진 탑텐

유니클로 겨냥한 토종 브랜드 탑텐, 두 배 많은 20만 장 준비

탑텐은 유니클로보다 하루 앞선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구매 금액과 관계없이 발열내의 ‘온에어’를 선착순으로 증정하고 있다. 물량은 유니클로보다 두 배 많은 20만 장이다. 유니클로는 히트텍 색상과 사이즈를 무작위로 제공하는 반면 탑텐은 소비자가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탑텐은 유니클로를 염두에 두고 온에어 증정 이벤트를 준비했다. 탑텐 관계자는 “시즌 오프 행사인 ‘행복제’ 기간에 온에어 ‘1+1 행사’를 한 적은 있지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유니클로가 10만 장을 증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물량을 두 배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한국 토종 브랜드의 행사를 반기는 분위기다. 탑텐 명동2호점을 찾은 20대 이모씨는 “유니클로만 갔었는데 불매운동을 계기로 탑텐을 알게 됐다”며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유니클로와 제품 질, 가격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탑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은 만큼 확실하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유니클로 벗고 탑텐 갈아입은 배우 이나영

배우 이나영. 2019년 FW시즌부터 탑텐 모델로 활동 중이다. 사진 탑텐
배우 이나영. 2019년 FW시즌부터 탑텐 모델로 활동 중이다. 사진 탑텐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한국 토종 브랜드 탑텐이 비슷한 시기에 발열내의 증정 행사를 벌이면서 배우 이나영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고 있다. 유니클로 대표 모델로 오랜 기간 활동했던 이나영이 2019년 11월 현재 탑텐 모델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나영은 지난 2016년 유니클로 발열내의 ‘히트텍’ 한국 출시 10주년 기념 모델로 활동했었다. 이나영이 일반 티셔츠처럼 보이는 발열내의 위에 패딩점퍼를 걸치고 산책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는 대중의 머릿속에 있던 내복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였다.

앞서 이나영은 2011~2012년에도 유니클로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이후 2016~2017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유니클로 광고 모델로 활약하면서 이나영은 ‘유니클로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갔다.

2년이 흐른 뒤 이나영은 탑텐의 브랜드 모델로 나섰다. 탑텐이 메인 모델로 여성을 발탁한 것은 처음. 여기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더해지면서 일각에선 “이나영이 때를 잘 맞췄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탑텐 관계자는 “이나영 특유의 세련미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아떨어져 모델로 발탁했다”며 “올해 1월부터 섭외에 들어갔으며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인 5월에 2019년 FW(가을·겨울) 시즌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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