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이 11월 15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이 11월 15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20년 11월 15일은(현지시각)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장이 열린 역사적인 날이 됐다.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정거장에서 임무 수행을 위한 첫 유인(有人) 우주선 ‘리질리언스’를 발사했고, 이는 민간이 유인 우주선을 통해 우주여행 서비스를 시작한 날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개발된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은 2011년 퇴역했다. 2011년까지 미국은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개발해 운용했지만, 엄청난 유지 비용이 문제였고 발사 후 비상 탈출 시스템이 없는 우주왕복선을 신뢰도 높게 설계·개발했지만 여전히 시스템이 불안정했다. 2011년 이후 미국은 우주정거장으로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러시아의 소유스 발사체에 의존해 왔다. 2011년 소유스를 이용해 우주인 한 사람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데 약 200억원이 들었는데, 2020년 기준으로 약 1000억원을 러시아에 주고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소유스 발사체가 우주정거장으로의 유일한 이동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끌던 정부는 항공우주 산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민간에 이전해, 우주정거장으로 보낼 우주선을 민간 업체에 맡겨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위험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고령의 닐 암스트롱은 2010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항공우주국(NASA) 계획은 우주 비행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잃게 한다.” “민간 회사가 우주 프로그램을 주도하게 하면, 안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미국, 10년 만에 유인 우주선 발사

김진한 한국항공대 항공기계, 미 텍사스A&M대 기계공학 박사,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단장
김진한
한국항공대 항공기계, 미 텍사스A&M대 기계공학 박사,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단장

그로부터 약 10년간 여러 번의 실패와 일정 지연을 거듭했지만, 이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드디어 민간의 우주여행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지금은 이 유인 우주선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서비스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다. 스페이스X는 향후 미국과 우리나라의 거리를 약 3시간에 이동하는 발사체도 계획 중이다.

이러한 민간 기업의 성공은 후발 벤처 업체에 자신감을 불어 넣을 것이고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미국은 블루오리진·버진오빗·파이어플라이 등이 우주 서비스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유인 우주 서비스가 왜 대단한 것일까? 유인 우주 프로그램은 사람이 타야 하므로 신뢰도가 통상 무인으로 발사하는 위성 발사보다 약 10배 더 높아야 한다. 신뢰도를 10배 높이기 위해선 엄청난 개발 비용과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만이 가능한 분야라는 것이 기존 우주 개발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닐 암스트롱의 주장이 한 개인의 의견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민간 주도의 유인 우주선 발사가 어떻게 가능하다고 본 것일까. 정부 주도 혹은 기존 대형 항공우주 산업체의 보수적 접근 방식, 제반 결정 절차에 따른 시간 소요, 수직계열화하지 못한 구조 등 많은 부분에서 민간 벤처 업체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접목한다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우선 머스크는 기존 기계 산업의 습성을 버리고 정보기술(IT) 산업에서의 속도전을 기본으로 개발했다. 또한 그가 주창한 것이 ‘한곳에서 모든 제작의 완성’이다.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공장 한쪽에서는 소재가 들어가고 반대쪽에서는 발사체가 나온다.”

그간의 대형 우주 방산 업체는 분야별로 수많은 전문 제조 업체를 거느리며 여러 업체와 계약해 제품을 만들었다. 이 경우 전체 개발 프로세스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속도전을 기본으로 하는 머스크는 목표한 시간을 무리하게 잡고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스크가 말하는 로켓 개발 완료 목표 일정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일정 지연이 거의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괴짜 개발자인 머스크가 말하는 목표 시간은 지연될 것이라 예상하며 ‘일론 타임’이라고 비웃기도 했다.


도전 강조하는 미국의 기술 문화 배워야

이러한 접근 외에 획기적인 기술 개발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발사체는 발사 후 폐기했으나 스페이스X는 1단 발사체를 지구에 착륙시켜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발사체의 연료(RP-1)를 저온으로 냉각시켜 부피를 줄임으로써 발사체에 더 많은 연료를 탑재할 수 있게 했다.

엔진의 경우 처음부터 무(無)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고 NASA에서 개발한 엔진을 기초로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량함으로써 ‘멀린(Merlin) 1D’라고 불리는 극한의 엔진을 만들었다.

스페이스X는 위성 발사 서비스를 포함해 연간 400기 정도의 엔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많은 수의 엔진 생산으로 생산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어 국제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민간이 발사하는 유인 우주선으로 인해 지구가 매우 흥분해 있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미국이 기술을 대하는 문화를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시작된 이 유인 우주선 발사 미션(크루 1)은 첫 목표가 2017년에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것이었는데 2020년이 돼서야 보냈으니 약 3년이 지연된 프로젝트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로 실패 혹은 지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이런 실패를 인정하는 미국의 문화가 빛을 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학자들은 더욱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미국의 저력이 되고 있다.

김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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