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두 사람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두 사람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위기감이 미국 사회 전체로 확산하는 중이다. 중국은 단순히 덩치만 큰 것이 아니다. 중국은 5세대 이동통신(5G),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가운데, 두 나라는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미국이 극단으로 갈라진 선거를 치르는 동안 중국은 경제 회복, 군사력 증강, 기술 독립을 이루고 있다”라며 “중국 공산당의 5개년 계획(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5중 전회)을 보면, 바이든 정부가 마주한 단 하나의 도전은 중국의 기술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첨단기술과 우주과학에 공을 들이는 모습은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그는 “중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식 재산을 강탈하고 국영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해 미래 기술을 장악하는 다리를 만들고 있다”고 선거 내내 강조했다. 당선인 인수위원회에도 실리콘밸리의 빅 테크(Big Tech) 기업 관계자들과 미 항공우주국(NASA) 전직 연구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되, ‘인권’ ‘동맹’ ‘그린’을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동시에 중국의 대추격을 따돌려야 하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맷집과 반격, 유화책도 만만치 않다.


1│인권

바이든은 지난 2월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신장 위구르족을 탄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폭력배(thug)’로 불렀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주도하고 2013년 시진핑 주석을 ‘오랜 친구’라고 칭했던 바이든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180도 달라졌다. 바이든은 임기 첫해 세계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Global Summit for Democracy)’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부패 척결’ ‘권위주의 방어’ ‘인권 증진’ 등이 정상회의 의제로 오를 예정이다. 중국에는 이런 의제 자체가 부담스럽고 실제로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보안 위협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말아 달라고 유럽, 호주, 일본 등 동맹국에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럽의 주요국들은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5G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 동력 마련이 우선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 동맹국의 ‘각자도생’ 분위기는 홍콩 사태로 반전했다. 중국이 지난 6월 보안법 통과로 홍콩 시민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자, 영국이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의 면허 갱신을 거부하겠다고 자국 통신사에 통보했다.


2│동맹

바이든 행정부의 다음 카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동맹 전선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다자주의 해법을 중시하는 바이든은 화웨이를 배제하는 ‘5G 동맹’,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저지하는 ‘사이버 보안 동맹’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미국이 민주 사회의 번영을 공유하는 미래 기술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동맹국과 협력해 지역 사회, 농촌과 저소득층까지 고려하는 안전한 민간 주도 5G 네트워크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전략은 미국 싱크탱크들의 조언과도 일치한다. 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의 수잔 쉬크 중국 센터장은 “중국이 얼마든지 우회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을 무작정 막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5G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명확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3 │그린

바이든은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첫 행보로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복귀를 선언했다. 2050년까지 미국 경제를 ‘탄소 제로(0)’로 바꾸겠다는 대선 공약 실천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총 5조달러(약 6000조원·정부 및 민간투자 합산)의 천문학적 돈을 친환경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그린 뉴딜’을 미국 경제 회복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탄소 저감 기술, 차세대 건축 소재, 수소 에너지, 차세대 원자로, 전기차 배터리 등이 차기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할 부문이다.


중국의 반격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화웨이 반도체 공급로 차단, 미국 내 틱톡 사업권 이양 요구 등으로 중국을 바짝 긴장시켰다. 하지만, 중국과의 노골적인 갈등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를 강화시켰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웨이의 캐나다 체포, 홍콩 사태에 대한 동조,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극한의 혼란상 등으로 중국 내 반미 정서도 커지고 있다. 왕훼이야오 중국 글로벌센터 회장은 “중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기술과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2025년까지 중국에 필요한 반도체의 70%를 자국산을 쓰겠다는 계획)’를 가동 중이다. 10월 말에 열린 5중 전회에서는 5년 계획에 이례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과 ‘첨단 기술 국산화’ 등을 골자로 한 15년 계획까지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은 아직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11월 11일 중국 최고 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모든 홍콩 입법회 의원 자격에 애국심을 포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의 결의안은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중국이 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를 놓고 중국과 경쟁해야 할 판이다. 중국 공산당은 5중 전회에서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 육성 계획도 내놓았다. 연간 전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친환경차 비율을 현재의 5%에서 2035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바이든이 중시하는 다자 외교의 성과도 일궜다. 11월 15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뉴질랜드·호주 등 15개국이 서명했다. 미국이 공들이는 인도가 RCEP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바이든은 “미국이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미국의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 사이의 이해 상충 문제도 있다. 바이든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든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모양새는 겨우 달랜 러스트벨트(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의 표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도 자유무역 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는 미국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오프쇼어링 추징세(Offshoring Tax)’가 포함돼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그 역시 ‘사소한 보호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류현정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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