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한 전 마이크로소프트 한국법인 이사, 핸드 앤 몰트(수제 맥주) 창업 / 도정한 쓰리 소사이어티스 대표가 위스키 증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도정한
전 마이크로소프트 한국법인 이사, 핸드 앤 몰트(수제 맥주) 창업 / 도정한 쓰리 소사이어티스 대표가 위스키 증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쓰리 소사이어티스’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언덕배기에 자리 잡았다. 왜 남양주일까. 쓰리 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는 “증류소를 어디에 둘까를 놓고 전국을 돌아다녔고, 부산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운 남양주를 증류소 입지로 최종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6월부터 증류를 시작한 쓰리 소사이어티스는 현재 250여 개의 오크통(캐스크)에서 위스키를 숙성하고 있다. 위스키 원액 숙성은 오크통에서 이뤄진다. 오크통은 추운 날씨에 수축하고 더울 땐 팽창하면서 통 속의 증류 원액을 빨아들였다가 뱉어낸다. 이 과정을 수도 없이 거치면서 오크(참나무)의 다양한 특징과 향이 위스키 원액에 스며든다. 쓰리 소사이어티스의 앤드루 샌드(Andrew Shand) 디스틸러(위스키 증류 전문가)는 “여름 날씨가 서늘한 스코틀랜드에서 10년 정도 숙성시킨 효과를,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큰 한국에서는 4년이면 충분히 누릴 수 있다”라고 했다.

도정한 대표는 한때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의 ‘이슈 메이커’였다.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핸드 앤 몰트’를 창업하고 수제 맥주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해 ‘깻잎 맥주’ 같은 국산 농산물이 들어간 맥주를 잇달아 선보였다. 2018년 오비맥주의 모기업이자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에 핸드 앤 몰트를 매각한 도 대표는 ‘제2의 창업’ 아이템으로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을 택했다. 잘나가는 수제 맥주 업체 대표에서 한국 유일의 싱글몰트 위스키 대표로 변신한 것이다.

위스키를 비롯한 모든 증류주는 증류 과정에서 일부 원액을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있거나 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버리거나 재증류한다. 그렇다면 쓰리 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증류액(2차) 중 얼마를 사용하고 또 얼마를 버릴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증류액의 30%만 사용하고, 나머지 70%는 재증류를 거쳐 그중 일부만 재사용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쓰리 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내부.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쓰리 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내부.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를 표방했다. 여기서 말하는‘크래프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크래프트’는 ‘장인정신’이다. 정말 좋은 제품을 ‘타협 없이’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 타협의 대상으로는 재료·사람(직원)·시간(숙성 기간)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과는 타협하기 싫었다. 그래서 장인정신을 회사의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일체의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를 표방했다.”

생산 규모는.
“매주 평균 18캐스크, 3600L를 생산하고 있다. 10t의 맥아즙을 한 번에 발효시킬 수 있다. 생산량을 좌우하는 것은 맥아(보리 싹을 틔운 것) 수입량이다. 돈이 있다고 맥아를 원하는 만큼 수입할 수 없다. 현재 영국에서 맥아를 전량 수입하는데, 수입량을 6개월마다 할당받고 있다. 맥아 수입량에 문제가 없다면, 지금보다 생산량을 세 배로 키울 수 있다.”

증류 과정(2차)에서 나오는 원액 중 본류 30%만 사용하는 이유는.
“맛 때문이다. 후류(증류 후반에 나오는 원액)를 많이 쓸수록 고린내가 많이 나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생산 형태는 비슷하다. 초류는 버리고 본류 부분만 곧바로 사용하고, 후류 역시 재증류를 거친다. 아직 숙성이 제대로 안 된 상태라 뭐가 정답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품질을 ‘최우선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부분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생산량은 다소 적더라도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

위스키 생산용 몰트는 맥주 양조용 몰트와 어떻게 다른가.
“증류용 몰트는 일반적으로 맥주용 몰트와 비교해 질소 함량이 낮다. 질소 함량은 보리의 단백질 함량에도 영향을 주고, 같은 양의 보리에서 만들어지는 당 함량과도 관련이 있다. 단백질이 많을수록 그만큼 전분(나중에 당으로 변함)이 적어 당화 발효 시 당의 총량이 적어진다. 그래서 증류용 몰트는 당 성분(나중에 알코올로 변함)이 많아야 좋고, 결과적으로 알코올 수율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질소·단백질 함량이 낮은 몰트를 사용한다.”

원료인 맥아는 전량 수입산이다. 향후 국산 농산물 사용 계획은.
“한국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보리 샘플을 영국으로 보내 맥아로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했는데, ‘맥아로 만들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앞으로 더 연구하겠지만 당분간 맥아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기술이 좋아져 한국산 보리로 맥아를 만들 수 있다면 주저 없이 국산 맥아를 쓸 것이다.”

숙성용 캐스크가 세 가지다.
“미국산 새 오크통, 버번위스키 숙성을 한 오크통, 셰리(스페인의 주정 강화 와인) 오크통을 쓴다. 같은 원액을 세 가지 성격이 다른 오크통에 숙성하는 이유는 다양한 스타일의 위스키를 출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버번 오크통 원액과 새 오크통 원액은 숙성 후 블렌딩을 할 것이다. 내년에는 피트(peat·이탄(泥炭)) 향이 강한 몰트도 가져와 증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 스타일의 위스키 원액이 만들어진다. 증류 전문가인 앤드루 샌드가 블렌딩도 담당할 것이다. 같은 원액을 같은 타입의 오크통에 숙성시켰다고 해서 품질이 똑같지는 않다. 그래서 위스키를 완성하는 것은 블렌딩이다. 그게 예술작품, 화룡점정(용을 그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이다.”

2023년이면 3년 숙성 제품이 나온다. 어떤 스타일의 위스키를 만들고 싶은가.
“한국의 특징이 돋보이는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 ‘한국의 특징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을 오래 했다. 조금 스파이시한(매콤한) 위스키를 생각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김치를 필두로 대부분 스파이시한 음식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런 음식과 어울릴 만한 술을 만들 생각이다. 비법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는 일본, 대만의 위스키 생산과 수출이 활발하다. 향후 수출 계획은.
“내수시장 출시와 동시에 수출하고 싶다. 우리가 만드는 위스키 품질에 자신이 있다. 내수 비중이 높으면 세금(종가세)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이익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수출은 세금이 훨씬 낮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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