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의 주행 장면.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의 주행 장면.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은 우수한 제품력과 달리 종종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제품 본연의 상품성과 별개로 벤틀리·람보르기니·포르셰·아우디 등 이름값 높은 형제들에게 밀려났기 때문이다. 페이톤이 허무하게 단종된 이후 브랜드 플래그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투아렉을 만나봤다. 3세대 투아렉은 멀리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 2세대 투아렉이 골프와 디자인을 공유했다면, 3세대 모델은 아테온을 닮았다. 전체 형상은 물론, 세부 디자인 요소도 이전보다 훨씬 더 직선적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는 하나의 모듈처럼 단단하게 이어져 있다. 보닛과 도어, 펜더 등 각각의 면에 새겨진 굵고 날카로운 라인은 입체적인 감각을 잘 살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한 라인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보기 좋게 다듬어진 근육보다 거친 야생 속에서 만들어진 흉터처럼 강렬하다. 웅장한 전면, 감각적인 측면과 달리 정제된 후면은 살짝 아쉽다. 예술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던 중 갑작스럽게 마무리된 느낌이다.

문을 여는 순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손맛이 묵직하면서도 꽤 고급스럽다. 소프트 클로징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가볍게 닫아도 부드럽게 체결된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이제는 익숙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달리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에 위치한 15인치 터치스크린은 압도적이다. 놀랄 만큼 큼직큼직한 화면과 이를 감싼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는 마치 모터쇼에 출품된 콘셉트카를 보는 듯하다. 최신 태블릿PC처럼 터치 반응도 빠르고, 개인 취향에 맞게 각각의 기능과 제스처도 설정할 수 있다. 섬세한 이미지와 다양한 기능에 빠져 이것저것 만지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다만, 일부 고객층은 15인치 터치스크린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 다양한 기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만 한다. 또한, 화면이 지나치게 커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등을 연결했을 때 화면 여백도 상당하다. 15인치 화면을 반도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터치스크린 아래 위치한 중앙 송풍구도 아쉽다. 바람이 나오는 각도가 제한적이다.

기어 노브와 다이얼 등 화면 아래 센터 콘솔 주변은 고급스럽다. 마치 아우디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시트 가죽과 대시보드 커버 등 인테리어 소재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빈틈없이 꼼꼼하게 맞물려있지만, 소재 질이 다소 저렴하게 느껴진다. 90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떠올리면, 미간은 더욱 좁혀진다. 가격대가 비슷한 제네시스 GV80만 해도 손에 닿고 눈에 보이는 소재는 상당히 고급스럽다. 쉽게 보이지 않는 부위도 꼼꼼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곳을 가꾸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시승차는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MLB Evo 플랫폼을 기반으로, 3.0L V6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투아렉뿐 아니라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르스, 포르셰 카이엔, 아우디 Q7 등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우선 가속 페달이나 스티어링 휠 조작 시 이전 모델보다 한결 민첩하게 반응한다. 덩치 큰 고양잇과 맹수처럼 부드럽지만, 거침없이 나간다. 시속 80㎞ 이하 중저속 영역에서는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감각도 좋다.


폴크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의 운전석.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의 운전석.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의 옆모습.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의 옆모습.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고속 코너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

새로운 플랫폼과 에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덕분에 온로드 승차감은 훨씬 더 고급스럽다. 무게 중심이 높지만, 좌우 롤링을 잘 잡아준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고속 코너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고속 영역에서 호쾌한 느낌은 살짝 부족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는 꾸준히 올라가지만 폭발적이지는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과 변속기가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플랫폼을 공유하더라도 우르스나 카이엔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앞서 경험했던 3.0 TDI 프리미엄 모델(8390만원)과도 생각보다 더 차이가 난다. 에어 서스펜션 유무에 따른 주행 성능은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나 앞 좌석 통풍 시트, 4존 자동에어컨, 앰비언트 라이트 컬러 등 옵션 차이는 확연히 느껴진다. 더욱이 프리미엄 모델은 도어 플레이트나 트렁크 엣지 프로텍션 등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지만, 프레스티지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3세대 투아렉은 2018년 글로벌 론칭 이후 2년여 만에 국내 출시가 이뤄졌다.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듯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시작부터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 뛰어난 제품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진 투아렉이 과연 이번에는 브랜드 한계를 극복하고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신승영 모터그래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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