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여행·항공업을 시작으로 실물경기도 휘청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 연착륙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낮췄지만, 수요자의 심리는 계속 추락 중이다.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과 대출 규제 그리고 장기간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조정기대심리 등이 겹쳐 냉각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진정될 때까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생존게임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부동산 시장 압박하나

중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시장 전망에 대해선 정서적 소망과 이성적 예측을 구분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부동산 시장 흐름을 돌려놓을 만한 돌발 악재로 작용한다.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코로나19 사태의 지속 기간(period)과 강도(strength)에 달려 있다.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 장기화하고 강도까지 세다면 부동산 시장도 메가톤급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금융 시스템이나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이다. 최근처럼 주가 급락이 계속되면 집값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전국 주택 가격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0.87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상관계수는 두 변수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0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1이면 두 변수의 움직임이 완전히 같다는 뜻이다. 이 수치를 보면 주식 시장과 주택 가격은 ‘동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은 상품에 따라 다를 것이다. 구분상가가 임대료 하락과 연체, 공실 증가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토지지분이 많지 않은 구분상가는 임대료 하락이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 그다음 주택 시장 가운데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재건축과 재개발, 일반 아파트, 상가건물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가건물은 토지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 주택보다는 소유자들의 손실 회피가 강하게 작용해 가격 하락 반영이 비교적 늦은 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할까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주택 시장의 큰 침체는 네 번 정도다. 1991~96년 200만 호 공급쇼크에 따른 하락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 등이 그것이다. 200만 호 공급쇼크나 하우스푸어 문제는 주로 주택 시장 내부 문제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 시장 밖의 문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비슷한 궤적이다. 외환위기는 극단적인 상황이니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려보자. 당시 2008년 10월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됐고 국내 주택 가격도 곤두박질쳤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가 4개월간(2008년 9~12월) 10~25% 정도 떨어졌다. 가령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34평)형과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109㎡(33평)형은 20% 안팎 하락했다. 강북도 예외가 아니어서 노원구 상계동 주공 6단지 79㎡(24평)형도 25%가량 떨어졌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돌발적인 쇼크로 가격이 떨어진 만큼 아파트값 회복세도 V 자형으로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히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경기 위축까지 겹친 복합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만약 복합위기로 번진다면 경제도 V 자형보다는 L 자형이나 완만한 U 자형 회복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회복세도 좀 늦어질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택산업연구원 등 많은 연구기관은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위기로 치닫는다면 서울도 약세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연구기관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위기로 치닫는다면 서울도 약세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연합뉴스
많은 연구기관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위기로 치닫는다면 서울도 약세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 집값 불쏘시개 힘들어

한국은행은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0.75%로 사상 처음 0%대 금리 시대가 열렸다. 경제이론으로 볼 때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반비례 관계다.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투자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투자수익률이 상승하는 만큼 주택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2000년대처럼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크고 부동산 시장도 투자 중심일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금리가 낮아지면 흥분하며 부동산을 사들인다. 낮은 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부풀리는 헬륨가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집값 하락심리까지 팽배할 때는 ‘금리 인하=집값 상승’이라는 등식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 이럴 때 금리 민감도는 떨어지고 오히려 실물경기 민감도가 높아진다. 금리가 낮아지면 무주택 서민은 집을 사는 데 금융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보다 오히려 실물경기 침체라는 현실적인 걱정을 한다. ‘오죽 실물경기가 나쁘면 금리까지 낮출까’라고 역으로 생각한다. 평범한 서민 입장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생애에서 가장 큰 쇼핑 행위다. 집을 사기 위해서는 미래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경기가 나빠진다면 내 소득과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 하우스푸어의 이자 부담이 줄어 매물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 금리 인하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이다. 개인에게 당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더 엄중하다.


6월 말까지 절세매물 늘어날 듯

정부는 아파트 등 전국 공동주택의 예정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전국은 6% 정도 올랐으나 서울은 14% 넘게 뛰어 13년 만에 최대상승 폭을 기록했다. 강남구(25.57%)와 서초구(22.57%), 송파구(18.45%) 등 강남 3구가 전국 시·군·구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된다. 이번에 강남의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올랐다. 가령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5㎡ 보유세 부담이 1123만원에서 1652만5000원으로 529만5000원(47.6%) 증가했다.

보유세 부담은 주택 시장 활황기보다 위축기에 더욱 민감하게 느낀다. 다주택자 중심으로 보유, 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서울과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인 6월 말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들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작다. 당분간 강남은 하락세가 지속할 것 같다. 집값이 비쌀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데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에 코로나19까지 겹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도 시장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풍선효과 오래 못 갈 수 있다

강남권 약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인천, 용인, 수원 등 수도권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풍선효과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는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처럼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수요자들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비규제지역 중저가 아파트는 값이 안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의 경직성은 다소 위험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시간이 지나면 후발주자는 선발주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자본의 힘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은 자극만으로 풍선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위기가 오면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간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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