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상승세다. 비트코인 가격은 2월 16일(한국시각) 기준 5만달러(약 5540만원)를 넘어섰고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비트코인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2만9000달러(약 3200만원)에 머물렀으나, 70%가량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은 글로벌 기업, 대형 금융사의 활용 덕분이다. 올해 들어 테슬라·페이팔·트위터 등과 금융사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스터카드는 가상화폐를 결제 시스템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랙록도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면서 비트코인을 ‘투자 적격’ 자산에 추가했다. 캐나다에서는 세계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비트코인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각도 많다. 짧은 기간에도 급등락하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규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온 인물이다. 그는 “많은 가상화폐가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불법 사용을 줄이고 돈세탁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윌럼 뷔터(Willem H. Buiter) 현 컬럼비아대 초빙교수 전 시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경제고문 전 런던정경대 유럽정치경제학 교수
윌럼 뷔터(Willem H. Buiter)
현 컬럼비아대 초빙교수 전 시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경제고문 전 런던정경대 유럽정치경제학 교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월 8일(현지시각)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상당의 ①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투자 소식은 치솟고 있던 비트코인 가격을 10%나 더 끌어올렸다.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가에 달했지만, 언제든 오른 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부터 거래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1개 가격은 0.08센트에서 이듬해 8센트로 상승했다. 2011년 4월에는 67센트에 거래됐고, 2015년 11월까지 327달러로 올랐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3월 말 약 6200달러에 거래됐지만, 현재 7배 넘게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12년산 ‘거품’이다. 필자는 한때 금을 ‘빛나는 비트코인’ ‘6000년 된 거품’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금을 비트코인에 비유하는 것은 금에 미안할 정도다. 금은 산업용이나 귀금속으로도 널리 활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순전히 투기 성격을 띠는 자산이다. 비트코인은 ② 채굴할 때부터 사회적 낭비를 야기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에너지 집약적인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컴퓨터 연산을 푸는 방식으로 채굴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총공급량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으며, 유통량이 많을수록 채굴이 어려워진다. 점차 채굴 비용이 상승하는 셈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프로토콜(컴퓨터 통신 규약)을 바꾸지 않으면서 비트코인2, 비트코인3을 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채굴 비용은 높을 것이다. 이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비트코인에서 벌어지는 거품 현상은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는 적절한 수준에서 가치가 형성되는 ‘근본 균형(fundamental equilibria)’을 잘 유지하는 편이지만, 이따금 화폐 가치가 0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벌어진 ③ 초인플레이션,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의 초인플레이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국가가 화폐를 대량으로 풀어서 벌어진 일로, 근본 균형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격이 0에 수렴하지도 않고, 적절한 가치를 가지는 근본 균형 상태도 아니다. 비트코인은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비정상적으로 가치가 폭등하는 등 ‘비근본 균형(non-fundamental equilibria)’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추후 적정 수준의 가치를 갖거나 가격이 0에 수렴할 수도 있다. 반대로 비트코인 가치가 주류 경제학 이론에서 제시하는 균형의 범주에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비트코인 투자가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마니아 가상화폐 채굴장에서 한 직원이 이더리움 채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루마니아 가상화폐 채굴장에서 한 직원이 이더리움 채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은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자가 대규모 매입을 하면 가상화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상화폐 시장 내 중요한 역할을 하던 인물이 발을 뺄 경우, 어마어마하게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긍정적, 부정적 목소리가 비트코인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가상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올해 1월 투자자들이 게임스톱의 주가를 전례 없이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비이성적 투기와 비슷하다. 비트코인은 과도한 가격 변동의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근본적인 가치가 없고, 이는 시간이 지난다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막대한 손실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Tip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 회사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한 가상화폐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컴퓨터에서 정보의 기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쳐 단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에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분산화한 거래 장부’ 방식을 도입했다. 시스템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공개된 장부에는 새로운 기록이 추가된다. 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익명으로 거래되고 누구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범죄, 탈세 등에 악용되기도 한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을 광산업에 빗대어 채굴(mining)이라고 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을 광부(miner)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양의 전기도 필요하고, 이를 다루는 데는 특수한 하드웨어 칩이 필요하다. 유통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한 번에 채굴할 수 있는 양이 줄고 채굴 비용은 더욱 상승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을 뜻한다. 전쟁, 극심한 경제 불안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데도 정부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화폐 발행을 남발하는 경우 짧은 시간에 물가가 몇 배씩 치솟는 등 물가 상승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비정상적 현상을 일컫는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1920년대 독일에서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이다. 남미의 여러 국가와 이스라엘, 러시아 등도 20세기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나라로 꼽힌다.

윌럼 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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