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독감보다 덜 치명적”이라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됐다. CNN은 “미국에서 지난 5년간 독감 시즌에 독감에 걸려 숨진 사람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이미 죽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문제의 트윗이 “각론에서도, 총론에서도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백신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마스크 쓰기 같은 전략으로 이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려 애쓰고 있다고 WP는 봤다. WP는 “이는 마치 미국프로풋볼(NFL) 선수가 매년 일반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머리 부상의 수치를 지목하며 풋볼 경기 때 헬멧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은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페이스북 대변인 앤디 스톤은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보다 덜 치명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이 코로나19 허위 정보에 대한 규정을 위반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반면,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똑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코로나19와 관련한 허위 정보 전파’에 대한 자사 규정을 위반했다고 알리는 메시지를 이 트윗에 달았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명예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소셜미디어(SNS)와 가짜 뉴스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버는 SNS 회사들에 대해 다뤘다.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영국 상원의원,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영국 상원의원,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6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독감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이 “10만 명이 넘는 해가 종종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폐쇄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아니다. 우리는 그것(독감)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라며 “마찬가지로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덜 치명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주장은 사실이다. ① 1918년과 1957년에 각각 독감으로 1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죽었다. “우리가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는 주장은 의견의 영역에 있다. 반면,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덜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모호하다.

이 트윗은 특별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진술을 일삼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트윗을 올린 직후 트위터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잠재적으로 유해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경고문을 달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보이지 않도록 숨김 처리했다.

이와 같은 온라인상의 논란이 점점 더 빈번하게 일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정치컨설팅 업체인 ②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일부러 소셜미디어(SNS)에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사실이 2018년 드러났다.

그 뒤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가짜 계정과 봇 계정 등 수백만 개의 계정을 삭제했다. 이러한 제거 작업에서 플랫폼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의심 계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에 오직 ‘진짜’ 정보만 노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이 기업들은 수집한 이용자 데이터를 타깃 맞춤형 광고를 판매하는 데 활용하면서 돈을 번다. 이용자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물수록, 더 많이 ‘좋아요’를 누르고 게시물을 올릴수록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이 기업들이 돈을 버는 일과 틀린 정보가 범람하는 일은 무관하다.

이러한 범람 현상은 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리트윗될 확률이 더 높다는 ③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가짜 뉴스는 참신함이라는 측면에서 진짜 뉴스보다 가치 있고, 특히 놀람이나 혐오감과 같은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를 유포해서 이용자를 늘리고 돈을 버는 기업이 진실의 수호자가 될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가짜 뉴스를 퍼뜨릴 기회는 더 많아졌다. SNS는 15세기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혁신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지식 독점 체제를 무너뜨렸듯, SNS는 우리가 정보를 주고받고 해석하는 방식을 분산시켰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하향식 의사소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출처를 따지지 않는, 정보 신뢰성의 평준화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6일(현지시각) 트위터에서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덜 치명적이다!!!”라고 썼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코로나19에 대한 부정확하며 잠재적 위험성이 담긴 정보 유포에 관한 본사 규칙을 위반했다’는 경고문을 달았다. 사진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6일(현지시각) 트위터에서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덜 치명적이다!!!”라고 썼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코로나19에 대한 부정확하며 잠재적 위험성이 담긴 정보 유포에 관한 본사 규칙을 위반했다’는 경고문을 달았다. 사진 트위터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에게 물었듯 “진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때 진실은 신의 말씀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진실은 과학적 발견이었다. 이제 과학마저 의심받고 있다. 사실은 쉽게 조작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스트 모더니스트는 모든 진실은 상대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진실은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의 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적인 토론이나 숙의 절차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도 없다. 나는 SNS 회사가 자사 플랫폼을 감시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이 기업들은 허위 사실이 정치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들은 진실 여부를 떠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퍼트리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이 기업들에 바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피상적이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잘못된 정보나 추측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삭제하는 것과 같은 보여주기식 검열 행위는 반향을 일으킬 수 없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를 자극하고 진보 진영의 반대자를 달래는 수단밖에 되지 못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겠다. 예컨대 SNS 플랫폼에서 인종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다른 SNS 플랫폼은 인종 차별적 정보를 삭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이 가짜 뉴스인지를 놓고 아무 소득도 없는, 끊임없는 논쟁을 펼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나은 방안이 될 것이다.


Tip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으로 사망한 미국인 1967년 약 10만 명, 1957년 약 11만6000명이었다. 스페인 독감이 퍼진 1918년에는 무려 67만5000여 명에 달했다. 근래 최악의 독감 철로 꼽히는 2017~2018년에는 약 6만1000명의 미국인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과 연구원이었던 알렉산더 코건은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개인 성격 퀴즈 앱을 통해 페이스북 이용자뿐 아니라 이들 친구의 개인 정보를 대량 수집했고, 수집한 데이터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겼다. 페이스북은 이 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87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며, 이 가운데 미국인은 7100만 명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2015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측에 수집한 데이터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를 무시했으며,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이 자료를 트럼프 후보 측에 전달했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다.

이 연구는 2016~2017년 300만 명 이상이 450만 회 이상 트윗한 12만6285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가짜 뉴스가 1500명의 트위터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데 평균 10시간이 걸렸지만, 진짜 뉴스는 60시간이 걸렸다. 또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평균적으로 35% 많이 퍼졌고, 리트윗되는 횟수도 가짜 뉴스가 70% 많았다. 진짜 뉴스는 1000명에게 리트윗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반면, 가짜 뉴스 중 상위 1%는 1만 명에게 전달됐다. 다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글을 올리는 봇 계정이 특별히 가짜 뉴스 확산에 더 기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 연구자인 시난 아랄 MIT 교수는 한 매체에 “일반 통념과 달리 봇 계정은 진짜 이야기와 가짜 이야기를 같은 속도로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가짜 뉴스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더 많이 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봇 계정의 역할을 과소평가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데이비드 레이저 교수는 가짜 뉴스의 80%가량이 불과 0.1%의 사용자에게서 나온 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MIT 연구진이 상당수 봇 계정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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