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영국은 7월 8일(이하 현지시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300억파운드(약 43조9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발(發) 실업을 막고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핵심이다. 우선 10월 ‘고용 유지 계획’ 만료 후 대규모 실업 사태 방지를 위해 고용주가 휴직했던 직원을 복귀시킬 경우 1인당 보너스 1000파운드(약 15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며 휴직 또는 휴가를 보내면 정부가 1인당 월 임금의 80%까지, 최대 2500파운드(약 367만원)를 지원했다. 영국은 또 20억파운드(약 3조원)를 투입해 16~24세 청년층에게 6개월짜리 노동 현장 실습직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층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만큼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청년층이 코로나19로 큰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정부는 고용 계획으로 30만 개의 청년층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본다. 영국은 이와 별도로 30억파운드(약 4조원)를 투입해 가정과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사업도 펼친다. 그러나 필자들은 이런 영국의 고용 정책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완전 고용’을 바라보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 부문이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왼쪽부터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에든버러대 역사학, 전 영국 총리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영국 경제·역사학자, 영국 상원의원, 워릭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왼쪽부터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에든버러대 역사학, 전 영국 총리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영국 경제·역사학자, 영국 상원의원, 워릭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① 고용 시장이 불안해지자, 미국과 유럽은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제조업과 기술 혁신 분야에 7000억달러(약 774조원)를 투자한다고 공약했다. 또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골자로 하는 ‘바이든 그린 딜(Biden Green Deal)’에 무려 2조달러(약 2200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일자리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독일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대상으로 7500억유로(약 984조원)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프랑스는 일자리 유지 및 창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은 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3월 ② 영국 경제는 침체 후 급반등하는 V 자형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경제 성장은 불확실해졌고,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의 경제 회복 조치는 실행 가능한 계획이 돼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

2021년 영국과 세계 경제는 2019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코로나19 위기 전 전망치보다 6.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실업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최소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우울한 전망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 복원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를 촉발했고, 특히 IMF는 부유한 국가들에 대규모 공공 투자 프로그램을 권고하고 있다. IMF 재무 모니터에 따르면 공공 부문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으로 늘리면 GDP는 2.7% 증가하고, 민간 투자는 10%, 고용은 1.2% 증가한다.

IMF의 행동 요구는 특히 중요하다. IMF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 긴축을 권고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라는 분명한 자극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초기 거시 경제 모델은 시장 경제를 ‘완전한 고용에 도달하려는 자연적인 경향을 띠는 것’으로 봤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 부양책이 없는 한, 경제는 자연적으로 오랫동안 경기 침체에 갇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올해 2000억파운드(약 293조원) 외에 최근 1500억파운드(약 219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한다고 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영국의 양적 완화 재개를 의미한다. 또 기준금리를 영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③ 0.1%로 인하했다. 그러나 기업은 아무리 자본 비용이 낮더라도 시장이 성장한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통화 정책이 유일한 게임의 법칙인 듯했다. 이제는 우리가 대량 실업과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피하려면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돼야 한다.


9월 22일 영국 런던 레스터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
9월 22일 영국 런던 레스터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

영국 정부는 지난여름 인프라 투자에 80억파운드(약 11조원)를 썼다. 이는 필요한 투자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재 400억파운드(약 58조원) 규모의 5개년 투자 계획을 향후 2년 반 앞두고 있고, 대규모 환경 프로젝트와 사회 주택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주택과 지역 편의 시설을 확대하고 새롭게 구축하면 즉각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 고용과 직업 훈련 계획을 준비하고 미래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1998년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한 영국 ‘청년 뉴딜 사업’과 ‘미래 직업 펀드(2009년)’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실업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용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일하지 않거나, 직업 교육을 받지 않는 젊은 영국인이 100만 명(25세 이하)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11월 초 뒤늦게 출범한 정부의 ‘킥스타트(kickstart)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은 6개월짜리 고용을 제공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정부는 킥스타트가 30만 명의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2020년까지 약 10만 명만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 관료들은 영국 고용주의 5%가 젊은이를 고용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소매업과 물류 업종을 제외한 수천 개의 회사가 정리해고를 계획하고 있고, 향후 몇 달 동안 기대했던 규모의 고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일자리 수단인 공공 부문이 해결사가 돼야 한다. 정부는 실업률 상승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 불황, 호황 등 경기 순환에 따라 정부가 국가 지원 일자리를 늘리거나 줄여야 한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하고 발전하면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영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케인스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정신으로 한 단계 업데이트한 완전 고용 약속이다.

미국 제약 회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성공적으로 출시한다면 내년 봄에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업 위기는 여전할 것이다. 영국 정책 입안자들은 ‘잃어버린 세대’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성장을 위해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


Tip

영국 고용 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가 있었고, 실업률은 5%에 육박했다. 영국 통계청은 3분기(7~9월) 정리해고 인원 규모는 31만4000명으로 2분기보다 18만1000명 증가했다고 11월 10일 밝혔다. 이 같은 정리해고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3분기 실업률도 4.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와 비교하면 0.7%포인트 늘었다. 반면 고용률은 75.3%로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낮아졌다. 10월 기준 국세청에 제출된 급여 대상자 수는 전달보다 3만3000명 줄었다. 영국의 고용 시장 악화는 코로나19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기업이 인력 감축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고용 지원 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월 13일 IMF는 올해 영국의 경제 성장률을 -9.8%로 전망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록다운(lockdown·봉쇄)된 4월 성장률은 -20.4%로,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0.1%는 영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BOE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커지자, 3월 10일 통화정책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전격 인하했다. 이후 같은 달 19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에서 0.1%로 0.1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풀고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1월 4일에는 월 정례회의를 열고 현 기준금리 0.1%를 동결했다. 이날 BOE는 국채 등을 매입, 보유 채권 잔액을 1500억파운드(약 219조원) 늘리기로 했다. 지난 3월 2000억파운드(약 292조원), 6월 1000억파운드(약 146조원)에 이은 유동성 확대 조치다. 보유 채권 잔액 확대는 새로운 유동성을 금융 시스템에 공급하면서 기업 등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는 영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산 매입 프로그램, 이른바 양적 완화를 재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든 브라운, 로버트 스키델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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