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불황을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백신 개발 소식으로 향후 ‘V’ 자형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가 시행될 전망이다. 또 한·중·일이 처음으로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아시아 지역의 교역 질서 변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우선 팬데믹 불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위기 발생 이후 6개월간 전년 대비 제조업 성장률을 2.8%, 서비스업 성장률을 1.7% 각각 끌어내렸는데, 올해 팬데믹 이후 6개월간은 제조업 성장률은 3.2%, 서비스업 성장률은 9.8% 하락했다. 통상 불경기에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타격을 받는데 이번에는 서비스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회복이 과거의 불황보다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조업체나 건설업체들이 생산하는 내구제는 불황으로 구매 시점이 미뤄졌다가 이후 소비가 복원되지만, 불황으로 상실된 서비스업 매출은 영원히 상실된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주도형 불황은 관련 산업이 영세업체 중심인 탓에 불황 충격에 견디지 못해 회복 시에도 일자리가 급속히 회복되기 어렵다. 이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확대를 의미한다.

또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분열적인 리더십에 대한 심판이었지만, 미국인이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완전히 수용한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기대와는 달리 하원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잃고 상원 탈환에도 실패했기 때문에 그린 뉴딜이나 무상 복지의 확대와 같은 바이드노믹스의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산업 변화를 기대하는 과장된 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오히려 미 대선 결과는 트럼프를 지지했던 경제적 불만 세력이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경제의 글로벌화에 소외돼 온 계층, 특히 러스트벨트(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에 있는 저학력 백인의 견고한 지지로 정권을 잡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반(反)글로벌적인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이라는 국수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전통적인 동맹 중심, 전문가 중심의 외교로 선회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든은 우리 경제에는 국제 교역 질서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팬데믹 불황이 취약계층의 불안을 키우는 데다가 트럼프를 지지했던 미국의 반글로벌 지지층이 완강하다는 사실은 바이든이 자유무역주의로 쉽사리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을 과장 해석한다. 곧바로 냉전체제로 돌아가고 중국 경제와 서방 경제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할 것으로 주장하는 단순한 논리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중국이 기술과 경제의 자립도를 높이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런 불확실성하에서 역사적 갈등과 경제적 수준 차이로 FTA를 맺지 못하던 한·중·일이 FTA를 맺은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국가 경제의 긴 미래를 걱정한다면 바이든 정부와 협력하고, 일본과 관계를 회복해 한국이 중화 경제권에 함몰되지 않도록 자유시장의 동맹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복원해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의 더 심각한 위협은 국제 질서가 아니라 규제 일변도의 문재인 정부가 시장의 우위에 서려는 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처한 경제 환경은 ‘내우외환’이다. 최근 우리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혁신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그것이 기회이기도 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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