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 일대. 사진 연합뉴스
용산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 일대.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을 김포 장기신도시에서 용산역까지 직결되는 ‘김용선’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용산이 인천과 김포,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광화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이 용산으로 들어가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개발 호재가 겹치는 모양새다.

반면 용산을 공공주택 공급 거점으로 삼으려던 정부의 계획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8·4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용산캠프킴·정비창 부지에 주택 1만3100가구를 짓고, 이 중 상당한 물량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공개 당시에도 용산 일대를 상업지구로 개발하기를 원하는 주민의 반발에 부딪혔는데, GTX 개발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분당선 이어 GTX까지…“하루 유동인구 41만 명 넘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29일 열린 철도산업심의위원회에서 향후 10년간 국가철도망에 대한 투자 계획을 담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이 확정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GTX D노선은 애초 계획대로 김포 장기신도시에서 부천 종합운동장 노선으로 확정됐다. 다만 GTX B노선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GTX D노선이 여의도·용산까지 직결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용산역에는 이미 다양한 교통 호재가 겹쳤다. 신분당선을 신사역부터 용산역까지 연장하고, 용산역과 신용산을 연결하는 지하 공간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산역이 하루 41만 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GTX 노선까지 추가돼 용산역을 둘러싼 광역교통망이 개선되면 유동인구가 더 몰려 수도권의 성장 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민들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용산역 일대의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미 확정된 신분당선 연장과 용산역~신용산역 일대 지하화 사업에 더해 GTX D·B노선까지 추가된 것은 큰 호재”라면서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했다고 밝힌 50대 이모씨도 “부천에서 GTX를 타고 용산에 올 수 있게 되면, 용산역 일대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 지어질 주한미국대사관 조감도. 사진 서울시
새로 지어질 주한미국대사관 조감도. 사진 서울시

美 대사관 이전, 정비창 개발도 호재…용산공원 조성 ‘신호탄’

용산 지역의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6월 23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주한미국대사관을 용산공원 북측인 용산구 용산동1가 1-5 일대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주한미국대사관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결정안에 따르면, 현재 녹지지역인 이 구역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돼 최고 12층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국대사관 이전은 용산공원 조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청사 바로 옆에 약 3만㎡(9000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조성해 남산부터 한강에 이르는 녹지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애초 대사관 직원 숙소 용지로 사용하려던 용산공원 동쪽의 3만㎡ 용지를 국토부가 기부채납받는 인근 아세아아파트 일부와 교환하기로 하면서 이 구역도 공원으로 조성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용산역 일대 철도 지하화 사업으로 조성되는 상부 공원과 연결되면 이 일대는 서울역과 경의선 숲길로 향하는 보행로가 된다.

용산의 또 다른 유휴용지인 정비창도 국제도시로 거듭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6년 1기 시장으로 재임했던 시절 최대 역점 과제로 꼽았던 이 사업을 최근 다시 꺼냈다. 용산정비창을 11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후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되면서 2012년 좌초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오 시장이 용산정비창 개발, 용산공원 계획, 광화문~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 계획 등을 모두 엮은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고 하자, 다시 주목받고 있다.


8·4 공급 대책 반대 거세…“용산 일대, 업무·국제지구로 탈바꿈해야”

정부는 용산 일대의 연이은 호재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개발 계획에 포함된 일부 부지가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8·4 주택 공급 대책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용산캠프킴 부지에 주택 3100가구를 짓고, 용산정비창 부지는 용적률을 올려 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애초 정부는 용산정비창에 8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는데, 고밀화를 거쳐 가구 수를 2000가구 늘린 것이다.

계획 발표 당시에도 정부는 주민들과 지자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가 신규 택지 중 상당한 물량을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등으로 채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용산구는 “계획대로 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추진하되 그 위상에 걸맞은 양질의 주택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단순 고육책으로 공급만 늘리는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산구 주민들도 임대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용산정비창·캠프킴 부지를 원안대로 개발해달라고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GTX D노선 연장, 서울시의 용산구 개발 계획 등과 맞물리면서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더욱 거센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이 확정된 직후 주민들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용산정비창에 각종 회사를 많이 세우고 경기도에서 용산으로 오는 교통을 개선하는 게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효과적”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장이 바뀐 후 용산을 미래 먹거리의 거점으로 만들어내려는 방향성이 있다”면서 “지금의 개발 계획은 그런 방향성과는 맞아떨어져, 향후 주거보다는 여러 가지 업무나 국제 기능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약속했던 주택 공급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17일 열린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향후 신규 택지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온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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