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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겔싱어가 인텔을 되돌릴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겔싱어에게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줄지도 모른다.” CNN 비즈니스의 9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 내용 중 일부다. CNN은 인텔이 올 들어 45% 이상 주가가 하락하며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 종목 중에서 ‘최고 패배자’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해 2월 인텔 역사상 8번째 CEO에 오른 겔싱어는 인텔에 30년 근무하며 앤디 그로브가 인텔을 반도체 제조 왕국으로 키운 시절을 경험한 ‘원조 인텔맨’이다. 겔싱어의 일성은 “과거의 인텔이 새로운 인텔이다”였다. 반도체 제조 왕국 인텔의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지난 9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행사에도 온라인으로 삼성전자와 TSMC를 초대했다.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입한 인텔의 가장 큰 경쟁자인 그들과 손을 잡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은 표준화된 공정을 마련해 제조 비용은 낮추면서 제품 수율은 높이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기술 동맹인 ‘칩렛 동맹’(UCle)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삼성전자, TSMC와 손을 잡고 엔비디아 등에 대해서는 경쟁 구도를 형성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반도체 협쟁(Coopetition·협업과 경쟁을 합성한 신조어)’이 시작됐다고 본다.

하지만 그의 인텔 부활 선언이 지켜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CNN 비즈니스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봉쇄 속에 반도체 업체의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다우지수의 대 패배자가 됐다”고 했다. 현재 인텔 주식은 2016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CNN은 “공정하게 말하면 인텔만 올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건 아니다”라며 “(신임 겔싱어 CEO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불분명하지만, 겔싱어가 인텔의 과거 영광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 트래비스 오크어소시에이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텔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성급하게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했다.

겔싱어 CEO는 앞으로 어디에 전력을 다할까. “현재의 지정학은 석유 매장량에 상당히 집중돼 있다. 이제는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이 우선돼야 한다.” 5월 24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에 머물던 그는 당시 CNN과 생중계 TV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인텔의 향후 ‘반도체 왕국 재건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다보스 포럼 참석 직후 귀국길에서도 한국에 들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PC와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이외에도 대만·일본·인도 등 아시아 주요 고객사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사진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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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올해 미국에 더 많은 공장을 건설하고 그만큼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국의 반도체 생산 공급망 부활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텔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겔싱어 CEO 전임자들에게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심어주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CEO는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가 발각돼 2018년 불명예 퇴진했으며 그 뒤를 이어받은 밥 스완은 엔지니어들을 홀대하고 연구개발(R&D)을 소홀히 해 반도체 설계 업체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반도체 업체라는 타이틀을 내줬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인텔의 패트릭 겔싱어 CEO가 9월 9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공장 착공식에서 함께 걷고 있다.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인텔의 패트릭 겔싱어 CEO가 9월 9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공장 착공식에서 함께 걷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반도체 왕국 되찾겠다”
美·유럽 잇따라 공장 착공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 공장 건설뿐 아니라 이탈리아·독일 등 유럽에도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은 급증하는 첨단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고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 핵심인 파운드리 사업에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9월 9일 미국 오하이오주 리킹 카운티 약 404만6856㎡(1000에이커) 부지에 200억달러(약 28조9400억원)를 투입해서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하고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2025년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총 1000억달러(약 144조7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라인, 연구시설, 교육센터 등의 복합단지인 ‘메가 팹’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인텔의 투자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 시설 등을 위해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텔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 비가시오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이탈리아 정부와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월 25일 보도했다. 이 지역은 인텔이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기로 한 독일 마그데부르크와도 교통이 잘 연결돼 있다. 신기술을 적용해 반도체 후공정(패키징)·조립을 하게 되는 이 공장은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이 밖에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3조868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프랑스에 연구개발 센터를 건설할 계획도 발표했다. 또 아일랜드에 120억유로(약 16조8480억원)를 들여 생산시설을 확장한다. AFP는 “아시아에 대항하는 유럽연합(EU)의 반도체 자립을 위한 생산 확대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텔 투자자 행사에서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텔
지난 2월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텔 투자자 행사에서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텔

연결 포인트 2
취임 2년 차 패트릭 겔싱어 CEO
30년 근무 ‘원조 인텔맨’의 복귀

지난해 2월 인텔 역사상 8번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패트릭 겔싱어는 인텔의 엔지니어 출신 사원이었다. 겔싱어 CEO는 첫 직장인 인텔에서 30년 근무한 원조 인텔맨이다. 그는 지난 1979년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후, 인텔의 첫 최고기술책임자가 되며 수석 부사장 겸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그룹의 총괄을 역임했다. USB 및 와이파이(Wi-Fi) 같은 주요 분야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인텔에 합류하기 전 겔싱어는 VM웨어의 CEO로 재직하기도 했다. 재직 당시 글라스도어(Glassdoor)의 연례 설문조사에서 2019년 미국 최고의 CEO로 꼽히기도 했다.

겔싱어는 CEO로 12년 만에 인텔에 복귀하면서 “신임 CEO로서 기술 발전의 모든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회사의 위대한 아이콘을 되찾아 다시 미래의 리더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정말 감격적”이라며 “인텔은 기술자와 기술의 보고(寶庫)를 보유하고 있고, 인텔의 핵심 DNA는 궁극적으로 미래를 위한 기술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 또한 기술자이자, 마음속 깊이 긱(geek·특정 분야에 강한 지적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위대한 회사의 열정, 역사, 기회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리더십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 인텔의 최고의 날은 우리 앞에 있다”고 말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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