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 체험에 사용한 제품들. 사진 이민아 기자
식물성 고기 체험에 사용한 제품들. 사진 이민아 기자

소고기·돼지고기가 ‘가짜 고기’로 대체될 수 있을까. 가짜 고기, 즉 식물성 고기가 진짜 고기를 즐겨 먹는 고기 애호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기존 ‘콩고기’로 대표되는 식물성 고기의 말린 두부 또는 유부 같은 식감을 기억한다면 이 같은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 식물성 고기에 대한 세계 시장의 반응을 본다면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 회사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 ‘비욘드 버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비욘드 미트의 제품은 ‘진짜 고기와 구분이 어렵다’는 명성을 얻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의 올해 4~6월 매출은 6730만달러(약 800억원)로, 전년 동기(1740만달러) 대비 286% 증가했다. 비욘드 미트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로도 반영됐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첫날이었던 5월 2일 하루 주가 상승률은 163%에 달했다.

비욘드 미트가 주목받는 것은 제품이 실제 소고기와 맛이 아주 비슷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흔히 빨간 무라고 부르는 비트로 만든 핏빛 액체와 코코넛 오일 등으로 고기 육즙을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욘드 미트의 비욘드 버거를 한국 시장에 들여온 것은 동원F&B다. 지난 2월 이후 8월 현재까지 1만5000팩이 판매됐다. 227g짜리 한 팩 가격은 1만2900원. 비슷한 무게의 2등급 한우 등심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비욘드 미트 등이 선두에 서 있는 식물성 고기 시장의 성장은 식탁 위 풍경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2040년이 되면 세계 육류 소비 시장의 60% 이상이 식물성 고기를 비롯한 가짜 고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좁은 축사에 가축을 가둬놓고 키우다 도살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까지 겹쳐, 전통적인 육류 소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성 고기의 산업적 가치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육류 소비를 기존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달하게 되며, 육류 수요가 지금보다 7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축산업의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영국 비영리 국제정책연구소 채텀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의 되새김, 배설, 운송, 사료 생산 등으로 생기는 온실가스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자동차·배·비행기 등 모든 운송수단의 배출량보다 많다. 이미 세계 경작지의 30%가 가축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이 같은 식물성 고기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검증하기 위해 비욘드 버거를 비롯한 식물성 고기 제품을 직접 먹어봤다. 기준은 ‘진짜 고기를 대체할 정도로 맛이 있는지’였다. 평가의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 편집장·선임기자를 포함한 본지 기자 전원(8명)이 시식에 동참했다. 시식에 참여한 기자들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가 5명, X세대(1971~80년 출생)가 3명이다. 채식주의자는 없고 상당수는 고기 애호가다.

비교해본 식물성 고기 제품은 △비욘드 버거(비욘드 미트)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롯데푸드)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롯데푸드) △언리미트 만두(지구인 컴퍼니) △참좋은 쏘이스테이크(쏘이마루) △쏘이마루 콩단백(스텐토리안) 등 총 6가지였다.

비욘드 버거와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너겟은 ‘마켓컬리’를 통해 구매했다. 외형 결함으로 유통되지 못하는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개발하는 ‘지구인 컴퍼니’가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인 식물성 고기로 만든 ‘언리미트 만두’도 준비했다. ‘참좋은 쏘이스테이크’ ‘쏘이마루 콩단백(고추장 불고기용)’ 등 나머지 제품은 콩고기 전문 쇼핑몰 쏘이마루에서 구매했다. 각 제품을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방법대로 조리했다.


포인트 1│진짜 고기와 가장 비슷한 건 비욘드 버거

식물성 고기 제품들을 조리했다. 맨 위부터 비욘드 미트의 ‘비욘드 버거’, 쏘이마루의 ‘참좋은 스테이크’, 지구인 컴퍼니의 ‘언리미트 만두’. 사진 이민아 기자
식물성 고기 제품들을 조리했다. 맨 위부터 비욘드 미트의 ‘비욘드 버거’, 쏘이마루의 ‘참좋은 스테이크’, 지구인 컴퍼니의 ‘언리미트 만두’. 사진 이민아 기자

진짜 고기 맛과 가장 비슷하다고 꼽힌 제품은 비욘드 버거였다. 굽기 전 모양새도 진짜 고기처럼 적당히 불그스름했다. 냉동 상태의 비욘드 버거를 실온에 15분 정도 꺼내놓았다가 프라이팬에 양면을 3분씩 구워 적당히 노릇하게 익혔다. 고기를 잘랐을 때의 단면이 붉은색이어서 ‘더 구워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기만 따로 먹어보기도 하고, 햄버거 빵 사이에 넣고 양상추·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버무려 버거를 만들어 먹어보기도 했다.

최원석 편집장은 “먹은 것 가운데 진짜 고기 맛에 가장 근접하고, 피 맛 같은 것까지, 얼핏 비슷하다”면서 “소고기를 숯불에 구웠을 때의 스모크 향 같은 것도 살짝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햄버거 빵에 비욘드 버거를 끼워 넣고 양상추와 케첩, 머스터드소스를 버무려 먹었더니 좀 더 소고기 햄버거 맛에 근접한 느낌”이라면서 “대안 고기라고 따로 안내가 없으면 진짜 소고기 햄버거라고 해도 믿을 법한 맛”이라고 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수제 버거 가게의 햄버거 패티처럼 적당히 뭉쳐 있는 부분이 고기 씹는 느낌을 준다” “불맛이 나면서 짭조름하고, 지금까지 먹어본 식물성 고기와 달리 기름기도 적당하다” “가장 고기 맛과 비슷하게 구현했고, 다짐육을 씹는 느낌이 나서 신기했지만 왠지 모를 역한 냄새는 한계” 등의 의견이 있었다.


포인트 2│비욘드 버거 위협한 복병, 참좋은 쏘이스테이크

비욘드 버거와 대조해본 참좋은 쏘이스테이크도 예상 밖 호평을 얻었다. 이 제품의 겉모양은 맛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는 않았다. 꾹 눌러놓은 냉동 너비아니(고기째로 구운 것)처럼 생겼다. 조리하고 나서도 먹음직스러운 모양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의외로 ‘진짜 고기 맛’이 강해 호평이 이어졌다. 일부 기자는 “이 제품이 비욘드 버거보다 낫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정재형 선임기자는 “첫맛이 의외로 떡갈비(고기를 다져서 구운 것)나 너비아니 같은 맛이 나서 놀랐다. 여기 있는 식물성 고기 중 제일 낫다”면서도 “좀 더 씹다 보니 기름기 없고 퍽퍽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 외 “처음 베어 물었을 때 수퍼마켓에서 파는 냉동 떡갈비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고기와 가장 비슷했다” “좋게 말하면 마트에서 파는 냉동 떡갈비, 약간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구내식당에서 나올 법한 저렴한 떡갈비 맛” 등의 평가가 나왔다. 가격은 200g에 5000원.


포인트 3│바삭한 튀김 옷에 속았네…엔네이처 제로미트

롯데푸드가 올해 4월 출시한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와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은 외양 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었다. 기름에 3분 20초간 튀겨내자 바삭하고 먹음직스러웠다. 튀김 옷은 완두콩이 주재료다. 가격은 각각 500g에 7980원이다.

하지만 맛은 매력적인 외양이 준 기대감을 처참히 무너뜨렸다.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와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의 맛은 거의 똑같았다. 공통된 평가는 ‘콩 맛이 강하고, 고기 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콩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식감도 일반 치킨너겟과 달리 다소 퍽퍽하다” “절대로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는 없는 맛” “먹자마자 두유 냄새가 밀려오고, 감자 크로켓처럼 부서지고 퍼석퍼석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었다. 그 외 쏘이마루 콩단백은 물에 충분히 불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서 볶고, 양념까지 해봤지만 말린 유부를 먹는 듯한 식감을 지울 수 없었다.


식물성 고기를 시식 중인 ‘이코노미조선’ 기자들. 사진 이민아 기자
식물성 고기를 시식 중인 ‘이코노미조선’ 기자들. 사진 이민아 기자

포인트 4│식물성 만두는 진짜 고기만두와 구분 어려워

식물성 만두는 진짜 고기를 넣어 만든 만두와 구분이 어려웠다. 만두라는 음식 특성상 채소 등 다른 재료들과 섞어 만들기 때문에 고기 본연의 맛이 다소 가려진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맛있었고, 진짜 고기로 만든 만두소보다 부드러웠다. 다만 지나치게 부드러워 고기보다는 두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날 시식대에 오른 것은 지구인 컴퍼니의 언리미트 만두 갈비 맛과 김치 맛이었다. 언리미트 만두에 대해서는 “김치만두의 경우 딱히 식물성 고기를 사용한 김치만두라고 하지 않으면 그냥 일반 김치만두와 구분하기 어려울 듯” “약간 담백한 느낌의 김치만두라고 생각할 듯한 맛” “만두 소가 김치 맛이 강해 고기 맛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갈비 맛보다는 김치 맛에 호평이 더 많았다.


아직은 진짜 고기가 좋지만…세대별로 전망 갈려

시식회 결과,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즐겨 먹을 만큼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 수준의 식물성 고기로는, 심지어 가장 앞서 있다는 비욘트 미트 수준으로도 만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본지 기자 8명 전원이 ‘현 단계로는 진짜 고기 대신 식물성 고기를 먹지는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만약 미래에 식물성 고기를 제조하는 기술이 발달해 진짜 고기 맛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면 식물성 고기를 먹겠냐는 질문에는 세대별로 의견이 갈렸다. 밀레니얼 세대 기자들은 “그렇게 하겠다”는 의견이 주류였고, X세대 기자들은 대부분 “그래도 진짜 고기를 먹겠다”고 했다.

올해 25세로 밀레니얼 세대인 김소희 기자는 “현재는 고기 특유의 맛을 포기할 수 없어서 채식주의가 아니지만, 가축을 잔인하게 도살하는 것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나중에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제품이 나온다면 채식을 고려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45세로 X세대인 정재형 선임기자는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잡아먹는 것처럼,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굳이 콩으로 만든 고기를 먹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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