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한 남성이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킥라니’, 전동킥보드가 마치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한다고 해서 생긴 신조어다. 거리에 전동킥보드(이하 킥보드)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등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킥보드에 몸을 싣고 바람을 가르는 사람의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킥보드 보급이 늘면서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킥보드 운행 사고는 2017년 46건에서 2018년 9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7년 29건, 2018년 50건으로 전국 킥보드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건축사 선우진(42)씨는 “킥보드는 별다른 소리가 없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과 함께 걷다 마주치면 겁이 난다”고 말했다.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배기량 125㏄ 이하 이륜차 혹은 배기량 50㏄ 미만(정격출력 0.59㎾ 미만) 원동기 탑재 차)’로 분류돼, 반드시 차도만 이용해야 한다. 인도와 자전거도로에서의 운행은 불법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공원에서의 운행도 조례를 정해 전면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법에 따라 킥보드 운행 시 안전모(헬멧)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법 위반이 매우 잦은 게 현실이다. 킥보드 이용자는 헬멧 없이 인도, 차도, 자전거도로를 무분별하게 질주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손해보험사 삼성화재에 접수된 킥보드 사고 영상 127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킥보드 이용자 87%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킥보드는 구조상 자전거보다 바퀴가 작고 이용자의 무게중심이 높아 급정거 시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용자가 쉽게 넘어져 머리와 얼굴을 다칠 위험이 크다”라며 “이용자의 안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특히 공유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해 길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유형 킥보드의 경우 헬멧 없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장인 이모(33)씨는 “헬멧을 써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공유 서비스 업체에서 헬멧까지 함께 빌려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을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헬멧 미착용 적발 시 도로교통법 제50조 위반 범칙금이 2만원에 불과하다. 인도와 자전거도로 운행 시에도 도로교통법 제13조 1항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만 내면 된다. 특히 경찰 단속에도 한계가 있어 여전히 많은 킥보드 이용자가 위험천만한 운행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킥보드의 법 위반을 단속하기 어려운 만큼 처벌 수위를 높여 이용자 스스로 법 위반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 연구원은 “이용자가 안전운행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범칙금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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