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는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 기업이 신흥 기업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너진 과거 사례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변혁이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못 바꾼다’는 운명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 최원석 기자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는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 기업이 신흥 기업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너진 과거 사례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변혁이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못 바꾼다’는 운명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 최원석 기자

“테슬라의 무서움은 자동차 업계에 정보기술(IT) 기반의 새로운 제안을 한다는 것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제조업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것에 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65)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 7월 도요타를 누르고 자동차 업계 시가 총액 1위에 오른 이후 그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일본 내 자동차 산업 연구의 권위자인 그에게 테슬라와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아 피처폰 업계를 몰락시킨 것처럼, 테슬라가 ‘바퀴 달린 아이폰’인 자사 전기차로 기존 산업을 뒤흔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테슬라와 애플의 닮은 점은 폐쇄성에 있다.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같은 분야는 개방형으로 간다 치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철저히 폐쇄·통합 구조를 추구한다. 테슬라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그것에 연결되는 전자 제어계, 급속 충전 인프라, 모빌리티 서비스의 일환인 자동차보험까지, 모두 폐쇄적으로 통합해 나가고 있다. 이는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아웃소싱·모듈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영역이다. 역으로 말하면 ‘오픈화·모듈러화만이 정의다’라는 설명이 힘을 갖는 시대는 2010년대에 끝났다. 테슬라의 폐쇄·통합적 설계 사상이 이를 보여준다.”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이 수축하기는 했지만, 세계 자동차 산업은 대수로 연 1억 대, 매출 규모로 2000조원 이상인 거대 산업이다. 글로벌 자동차 10대 그룹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있었던 기업들이다. 비교적 안정된 산업이며 파괴적 혁신이 빈번하지 않았다. 테슬라의 발전은 눈부시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다. 자본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회사가 메가 플랫포머가 되어 기존 기업이 망해 간다고 하는 시나리오는 이 산업의 경쟁 로직이나 아키텍처를 생각할 때 당분간 있을 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테슬라를 경시해도 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이 회사는 확실히 자동차와 관련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중 몇 가지는 중요한 조류가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운전석 주변의 하드·소프트웨어 설계는 이미 기존 기업을 리드하고 있다. 테슬라가 기존 기업의 존속에 직접적 위협을 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테슬라가 제시하는 방향성을 무시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테슬라 경쟁력의 본질은 무엇인가.
“자동차 산업은 디지털화가 급진전한다는 것과 1t 이상의 고속 이동체가 도로를 빠르게 이동하는 현실이라는 양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한쪽만 보게 되면 오도할 수 있는 복잡한 산업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무서운 것은 이 양쪽에 대한 이해가 전부 깊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디지털화·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제안을 하면서도, 자동차라고 하는 고속 중량물을 설계하는 게 간단치 않은 현실을 빠르게 파악했다. 차체 성능도 꾸준히 개선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균형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본다.”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율은 아직 1%대이지만, 테슬라의 전년 대비 판매 성장률이 50%에 달하는 등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인 부분에서 장점이 있으면서도 충전의 불편 등 한계를 안고 있다. 세계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는 정도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이후까지 생각해야 하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을 어떻게 평가하나.
“자율주행은 장기적 추세라는 측면과 단기적 유행이라는 측면이 모두 있기 때문에, 후자에만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확실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은 궁합이 맞지만, ‘전기차+자율주행’ 콤비네이션이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일은 앞으로 10년간은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은 가장 낮은 수준인 레벨 1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레벨 5까지 다양하며, 보급 정도와 속도에 각각 차이가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의 기술 경쟁은 장기전이며, 지금 당장 테슬라가 기존 거대 기업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테슬라가 제조업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나. 로봇 생산 등은 어떻게 생각하나.
“2010년 테슬라가 도요타와 제휴하고 도요타 소유의 캘리포니아 공장을 취득한 것에서 보듯, 오히려 테슬라가 기존 산업의 능력(예를 들면 도요타 방식)을 급속히 배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테슬라로부터 파괴적 생산 기술이 나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얇은 철판을 복잡하게 짠 모노코크 보디가 주류이고, 포드 시스템 이래 연속식 컨베이어 생산이 지금도 유효한 생산성 향상 수단임을 고려할 때, 최종 조립의 급격한 로봇화는 쉽게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테슬라가 무엇인가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다. 오히려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기업의 차체 설계 기술과 생산 방식을 빠르게 배워 좋은 성능의 차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경이롭다. 쉽게 안 될 것이라고 봤던 일을 평범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테슬라의 무서운 점이다.”

테슬라가 최근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보험업에 뛰어들었는데.
“20여 년 전에도 포드의 잭 내서 사장이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보험·렌터카 회사를 매수해 카라이프(자동차·메인터넌스·모빌리티·론·보험·인포테인먼트 등) 사업에 진출한 적이 있다. 장대한 구상이었지만 실패했다. 자동차 제조업의 폐쇄적 특성과 카라이프 사업의 개방적 특성을 감안해 전략을 짜지 못한 탓이었다. 잭 내서 사장 때 실패로 끝났던 카라이프 사업에 테슬라가 재도전하는 것이 지극히 흥미롭다.”

일론 머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균형이 좋은 걸출한 경영자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업계가 레거시코스트(혁신의 발목을 잡는 과거 유산) 때문에 테슬라 같은 회사를 추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 업체에 머무는 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기존 대형 메이커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테슬라는 기존 업체가 제압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자동차관, 설계 사상, 비즈니스 모델, 아키텍처 전략 등에서 기존 기업에 없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유효하게 포섭할 수 있는 기존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도 과거에 많은 실패를 했으며 지금의 구상이 모두 성공할 것도 아니다. 테슬라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에는 기존 기업이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개개의 기업에 달려 있다. 기존 기업이 신흥 기업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는 것은 분명히 역사적 사례가 많지만, 이미 자동차 기업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변혁이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못 바꾼다’는 운명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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