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부산광역시 골프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가한 LPGA 커미셔너 마이크 완. 사진 LPGA투어
2019년 2월 부산광역시 골프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가한 LPGA 커미셔너 마이크 완. 사진 LPGA투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대회를 다 열 수 없다면 두 개 대회를 하나로 합쳐 하나의 ‘빅 이벤트’로 열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이끄는 마이크 완(미국) 커미셔너는 3월 18일 코로나19 사태로 투어가 중단되자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총상금 150만달러짜리 2개를 합쳐 280만달러짜리 대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연기된 대회를 일일이 개최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규모를 늘려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투어가 코로나19의 연이은 카운터펀치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그의 아이디어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LPGA는 어떤 비전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 11년째 LPGA투어의 두뇌로 활동하고 있는 완의 리더십을 입체 분석한다. 그는 “현상 유지는 퇴보라고 생각한다”며 “위대한 기업은 지난해의 성공을 다음 해의 전망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이 지배하는 스포츠계에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뛰어난 아이디어나 발견을 의미한다. 한편으론 달걀 끝을 깨뜨려서 탁자 위에 세우는 것이 정말 달걀을 세우는 것이냐는 논란이 따라붙는다. 완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LPGA투어가 존폐의 위기에 휩싸여 있던 2010년 커미셔너를 맡아 멋진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곳곳에 달걀을 세우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미 LPGA투어 개막전인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셀럽의 참여를 통해 LPGA 주목도를 높이려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전략이다. 1월 열린 대회에서 박인비가 메이저리그스타인 투수 저스틴 벌랜더(왼쪽), 미프로풋볼(NFL) 스타인 래리 피츠제럴드(오른쪽 끝)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미 LPGA투어 개막전인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셀럽의 참여를 통해 LPGA 주목도를 높이려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전략이다. 1월 열린 대회에서 박인비가 메이저리그스타인 투수 저스틴 벌랜더(왼쪽), 미프로풋볼(NFL) 스타인 래리 피츠제럴드(오른쪽 끝)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LPGA투어는 세계 주요 투어 중 유일하게 메이저 대회가 5개다. 메이저는 4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에비앙 챔피언십을 다섯 번째 메이저로 만들어, 빠질까 말까 고심하는 스폰서의 마음을 붙잡았다.

‘족보’나 ‘자존심’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투어를 상징하는 LPGA 챔피언십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와 손잡고 규모가 더 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으로 탈바꿈시켰다. 미국프로골프협회의 도움으로 더 큰 스폰서를 확보하고 더 좋은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게 됐다. 2년 전부터 개막전으로 치르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AT&T 페블비치 프로암을 본떠 연예계와 스포츠계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여자 골프가 주요 스포츠 종목에 끼지 못하는 미국 현실에서 셀럽(유명 인사) 인기를 통해 대회 주목도와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여자 골프의 발전을 위해 입지가 불안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와는 조인트(공동) 벤처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스포츠 용품 업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한 후 1987년부터 P&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4~95년 윌슨에서 골프볼과 장갑 마케팅, 제조와 연구·개발(R&D) 책임자로 일했고, 이후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골프 북미 지역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매출을 70% 늘려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2년부터 하키 장비 제조업체인 미션 아이테크하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다 LPGA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취임 직후 LPGA투어의 글로벌화란 전략으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이다. 2011년 23개까지 쪼그라들었던 투어는 지난해 33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시즌 총상금은 4322만달러(약 532억원)에서 7020만달러(약 863억원)로 증가했다. LPGA투어 시즌 총상금이 7000만달러를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또한 2011년에 25개국에서 온 선수들이 뛰었지만 올해는 36개국으로 늘었다.

그는 이런 업적과 성장이 자기 생각과 전략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팀’을 강조한다. “나는 항상 똑똑하고 적극적인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팀은 실패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게 내가 젊은 시절부터 이뤘던 성공의 비결이다.”

그는 세심하다. 직원들과 선수들에게는 필요할 때마다 직접 장문의 이메일을 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는 스폰서와 선수 그리고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과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골프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자”며 다독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LPGA 내부 직원 사이에서 LPGA의 가장 큰 위기는 마이크 완이 떠나는 것이라는 이야기 나올 정도로 그의 리더십을 믿고 따르는 직원들이 많다. 완은 지난해 다시 장기 계약을 했다.

그는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영상통화로 ‘굿 나잇’을 한 적이 많았다”며 “금요일에 풋볼 경기를 보기 위해서 아시아에서 돌아왔다가 토요일에 다시 아시아로 돌아간 적도 두 번이나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항상 여행하는 아버지라는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LPGA 커미셔너로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하는 시장과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중국 외에 흥미롭게 지켜보는 곳이 젊은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약진하는 베트남이다. LPGA 캘린더에서 베트남을 곧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골프계의 유력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LPGA투어 대회를 달구는 한국의 열성 팬들 그리고 골프장을 찾는 여성 골퍼들의 모습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