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홍기 PKF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 고려대 경영학 학·석사, 동국대 경영학 박사,전 삼정KPMG 컨설팅부문 대표, 전 기획재정부공공기관 운영위원회 민간위원(차관급) 사진 PKF서현회계법인
배홍기 PKF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 고려대 경영학 학·석사, 동국대 경영학 박사,전 삼정KPMG 컨설팅부문 대표, 전 기획재정부공공기관 운영위원회 민간위원(차관급) 사진 PKF서현회계법인

“국내에서 중견 회계법인들이 회계시장의 플레이어로서 보다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배홍기 PKF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회계시장의 성숙과 투명성 향상을 위해서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이 과점하는 시장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2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가군’ 회계법인인 빅4가 전담하게 된다면 회계시장의 ‘쏠림현상’이 더욱 굳어질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부실감사를 막기 위한 취지로 지난 7월 감사인 지정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감사인 지정제란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이른바 ‘가군’으로 분류된 빅4 중심의 대형 회계법인들만 지정감사를 맡을 수 있는데, 이번 개선안에서 해당 기준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중견 회계법인들은 빅4 회계법인의 감사시장 독과점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5개 회계법인으로 구성된 ‘중견회계법인협의회’는 금융위원회에 감사인 지정제 개선을 위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배 대표와 일문일답.


10월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대형 기업에 대한 지정 감사는 4대 회계법인이 전담한다. 어떻게 보나. 
“중견 회계법인에 규모가 작은 회사만 지정한다면 중견 회계법인의 실질적 감사역량과 품질향상 기회가 박탈돼 성장사다리가 끊어질 우려가 있다. 바람직한 회계시장의 발전을 위해 ‘가군’ 회계법인의 보완이 되는 품질 위주의 중견 회계법인을 다수 양성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금융당국은 철저한 관리 감독과 체질개선을 주문하되 등록요건에 미달하는 곳은 과감히 등록을 취소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중견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대형 회계법인의 시장지배력을 완화하기 위해 빅4와 소규모 감사법인 간의 공유감사를 실시한다. 현재 개정안은 빅4 쏠림 현상을 억제하려는 글로벌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건강한 회계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 개정안의 내용 중 일부가 수정되면 좋을 것이다.”

중견 회계법인인 PKF서현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PKF서현회계법인은 빅4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법인은 대부분 로컬법인들이 채택한 독립채산 방식이 아닌 ‘원 펌(one firm)’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독립채산제와 원펌(조직화된 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에 대해 정액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원펌)인지, 혹은 회계사가 수임해 업무를 수행한 만큼 보상을 가져가는 방식(독립채산제)인지로 구분된다. 이러한 ‘원 펌’ 운영 체제를 통해 감사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중형 회계법인 중 거의 유일하게 조직화·전문화·대형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조직화라는 것은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정액 급여를 받으며 업무하는 것이다. 정액급여 외에 차후 품질평가 등에 기반한 성과급을 지급받도록 보상체계도 수립했다. 각 구성원이 투입 인원이나 투입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감사 품질관리 노력을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된다.”

중장기 목표는.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믿고 신뢰할 만한 전문 회계 서비스 제공자가 부족하다고들 말한다. 기업들에 회계 서비스 제공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서현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품질 중심의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자 한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최소 기준 이상의 품질관리실 인원도 확보했다. 품질관리실 구성원들의 직급도 대다수가 파트너급으로 구성돼 있어 이들이 현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회계 및 감사 이슈에 대해 사전·사후 심리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오는 2024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 규모의 ‘빅5’ 회계법인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2018사업연도 당시 143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도에 302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계·세무·재무 등 전 분야에서 골고루 고객도 확보하고 있다. SK, 한화, 대한항공과 아모레퍼시픽, 포스코, 현대차, SK, 한화, GS, LG에너지솔루션,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도 고객이다. 서현의 세무는 이미 ‘마켓 챔피언’의 자리에 있다. 올해는 인수합병(M&A) 자문 마켓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공격적 우수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디지털 시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 전략을 다각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서현에서는 사내 인재를 육성하는 전략과 동시에 외부 충원 전략을 함께 사용한다. 내부 인력 중에서 추천과 선별,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함과 동시에 법인 외부에서도 우수 인력을 채용해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빅4 회계법인 출신 임원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요즘 젊은 회계 전문가들은 금전적 보상 이외에도 다양한 경력개발 방안과 성장개발 기회, 조직 내 역할에 대한 자부심 등을 함께 원하는 것으로 안다. 이를 위해 여러 성장지원과 비금전적 보상도 확대했다. 모든 파트너와 경영진들이 업무에 직접 참여해 구성원들이 풍부한 전문지식과 연륜을 전수받으면서 빠른 시간 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견 회계법인 최초로 서현학술재단을 설립했는데, 취지는.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설립 등기를 마친 재단은 지식기업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계, 세무 분야의 학술 지원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재단은 회계와 세무, 재무 분야의 학술과 연구개발 활동을 뒷받침하고 관련 연구자나 기관의 연구와 운영 지원을 수행할 계획이다. 서현학술상도 만들었다. 회계와 세무 분야의 우수 연구를 대상으로 서현학술상을 수여해 연구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미국 회계감사기준, 미국 증권법 등을 국내 보급하는 데 기여했다고 들었다. 
“1994년에 국내 기업 최초로 포스코가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2000년에 두루넷이 나스닥에 국내 최초로 상장됐다. 이 두 기업의 미국증시 상장 작업에 회계감사 및 자문법인으로 참여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미국 회계감사 기준, 증권거래법 또는 연차보고서(Form 20-f)나 국내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MD&A) 등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미국 증권법 관련 책들을 밤새 읽어가며 KPMG US의 도움을 받아 거의 1년간 작업 끝에 무난히 상장을 성공시켰다. 이후 다수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할 때 한국의 사업보고서 내용에 MD&A 등이 도입됐다. 한국 기업의 연결재무제표 도입에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미국 회계기준은 그 당시에도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였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평소 갖고 있는 경영 철학은.
“홍대순 교수의 저서 ‘한국인 에너지’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은 정이 많고 부지런하며 의리 있으며, 어린아이와 같은 자유분방한 ‘네오테니(Neoteny)’와 같은 기질이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네오테니란 성장해서도 어린시절의 특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으로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치며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한 기질을 말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내적동기와 네오테니를 발현시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서현과 우리 고객의 동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장윤서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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