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불었던 대대적인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재현되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탄생시킨 암호화폐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2017년 개인 투자자들 중심에서 현재는 미국 월가의 기관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의 투자은행들이 대거 암호화폐를 투자 포트폴리오로 편입시키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거액을 투자했고, 자사 제품을 비트코인으로 구매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그렇게 얻어지는 암호화폐를 현금화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겠다는 선언으로 암호화폐 가격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페이팔, 마스터카드, BNY멜런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암호화폐의 결제와 송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제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금융의 본류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한 정부와 제도권 금융기관의 개입 없는 분산된 안전한 전자 지불 시스템의 이상(理想)은 현재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는 지나치게 큰 변동성과 거래 시간과 비용 때문에 다른 대안에 비해 현실적인 지불 결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이를 지지하는 인프라 기술 블록체인은 이미 많은 혁신과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자리 잡은 코인베이스는 이달 중으로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상장 시 시가 총액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도 자국 화폐를 암호화폐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제는 투자자의 20% 이상이 암호 자산을 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블록체인은 최근 뉴욕주에서 채택한 백신 여권 그리고 다양한 지역화폐, 또 투자 열기가 치솟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통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 고유한 진본을 증명하는 NFT 디지털 작품들은 이제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에서 고가로 경매되면서 가짜 콘텐츠를 추방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 포착해야

이렇듯 새로운 분산 금융의 기반 기술과 암호 자산 경제의 급격한 확산을 바라보면서 암호 자산과 블록체인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제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와 관치 경제의 문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2017년 중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불법화 지정 이후, 대한민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장 활발한 나라로 부상했다. 청년들이 대거 투자에 나서자 정부와 사회 지도층이 청년들의 무모함을 꾸짖고 나섰다. 여권 오피니언 리더로 잘 알려진 한 인사는 비트코인이 ‘바다 이야기’와 같은 사기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정부는 온갖 직간접 규제 수단을 동원해서 청년들의 ‘영끌 투자’를 어렵게 했다.

현대적 화폐는 원래 본원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화폐 또는 투자 자산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해서 통용되는 것임에도, 본질적 가치가 없어 사기라는 무지한 단언으로 청년층을 꾸짖어 왔다. 또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 항상 거품은 있고 그러한 거품과 불확실성 없이는 새로운 대규모 혁신이 탄생하지 못하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한국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와 같은 아시아 금융 도시들과 비교해 전통적 금융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암호 자산의 금융 시장이 새로이 탄생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하기는커녕, 싹트던 혁신을 정부가 잘라버리는 우는 범하지 않았어야 했다.

우리의 청년 세대는 디지털과 금융, 국제화에 있어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앞서 있다. 금융과 디지털 그리고 기술 혁신에 무지몽매한 구세대가 신세대의 새로운 금융 투자에 대한 실험을 ‘영끌’이라는 선정적 용어로 백안시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데 신세대가 더 영악하다는 것을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난 10년간 암호화폐의 진전과 우리 사회의 대응을 통해 되새겨야 하는 교훈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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